[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강력 대처 방침에 기업들의 대응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LG가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키로 하면서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총수 일가의 지분을 조정하거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8월 사익편취 규제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는 등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중 지분 50%를 넘는 기업에 대해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추가로 적용한다. 공정위는 올해 특히 SI, 물류, 광고, 단체급식 등의 업종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히고 조사에 착수했다.
㈜LG가 LG CNS 지분 85% 중 35% 매각을 추진한 것도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의식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LG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이 34.4%로 규제 대상이지만, 지분 매각 후에는 LG CNS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10월 LG는 종합물류 계열사 판토스의 구광모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19.9% 전량을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키로 했다. 서브원 지분 60%도 홍콩계 사모펀드에 팔았다.
삼성에서는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총수 일가의 지분율 31.2%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에 포함됐다. 삼성물산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기준 18.5% 수준이다.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로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39.1%에 달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감시망에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웰스토리는 내부거래 문제 해소를 위해 외부 사업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이 17% 정도로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74.8%로 높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차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규제 대상 포함 가능성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총수 일가 지분이 29.99%로 규제 사각지대에 있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제재를 받는다. 현대글로비스 국내 계열사 매출 비중은 2017년 20.7%에서 지난해 21.2%로 상승했다. 해외계열사까지 합하면 비중은 65.1%로 더 높아진다. 공정위는 현대글로비스의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50.5%인 이노션은 총수 일가가 지분 처분에 나섰다.
SK는 지난해 SK해운 매각에 이어 SK인포섹을 SK텔레콤으로 넘기는 등 계열사 재편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응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6%에서 29.1%로 낮아져 현행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면 SK㈜ C&C 부문과 SK㈜가 100% 지분을 소유한 SK임업이 규제 대상에 든다. SK㈜ C&C부문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의 전반적인 시스템구축 사업을 담당하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49%에 달한다. SK임업도 내부거래 비중이 59%로 높다.
기업들은 공정위 규제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국내 규제 수준까지 높아지면 경영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특성과 주력 업종이 다른데 정부가 법과 규제를 다르게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요식업, 운송업 등의 부분들은 기업들의 영업비밀과 비용절감과도 관계있는 부분임을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