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전 세계적으로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디지털기업에게 세금을 물리는 '디지털세(디지털기업의 법인세)' 도입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EU)이 제시한 '디지털서비스세(DST)'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기업의 매출액에 대해 과세하는 '디지털서비스세'는 법인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특히 디지털서비스세가 부가가치세와 더불어 '이중과세'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국제화·디지털화는 조세환경 변화를 야기했고, 전통적인 법인세제 역시 글로벌 디지털기업의 등장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글로벌 디지털기업의 경제적 영향력은 급증한 반면, 이들 기업의 법인세 부담 수준은 전통적인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디지털기업들은 서버 등 고정사업장을 해외에 두고 국내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법인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글로벌 법인세제가 전례 없는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요국들은 이같은 이유로 일명 '구글세'라고도 불리는 디지털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새롭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호주는 디지털기업의 조세회피 대응을 위해 '우회이익세(DPT)'를 신설했고, EU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20년까지 디지털기업에 대한 디지털세를 검토하기로 했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경제 수장들도 지난 9일 일본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디지털세'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EU는 지난해 유럽내 디지털서비스 매출액에 대한 3% 세율을 매기는 '디지털서비스세' 부과를 제안했다. EU 집행위원회는 OECD와 올해 말까지 디지털세 장기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단기대책으로 유럽내 디지털서비스세 과세안을 발표한 것이다. 디지털서비스세는 온라인 광고와 디지털중개 등 각종 디지털서비스 매출액에 정률의 세율로 과세하는 일종의 매출세다. 이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은 찬성하며 적극적인 도입 의지를 보였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 흐름과 달리 디지털세 도입 논의에 소극적이다. IT 공룡인 구글·애플 등이 국내에서도 수조원대의 매출을 다른 나라로 빼돌리며 세금을 회피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추궁할 과세 근거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 글로벌 디지털기업들은 서비스 매출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한다. 디지털세 논의의 기초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B2C(기업과 고객간 거래)에 한정된 법안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정부의 과세 의지 역시 크지 않다. 기재부는 이미 '디지털 서비스세'와 관련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국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수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며 "디지털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글로벌 디지털기업의 조세회피는 세무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태정림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현행 법인세제는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순소득에 대한 과세로서 소득기반 과세에 해당하지만, 디지털서비스세는 매출세로서 적자기업이라 할지라도 조세부담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이미 매출액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디지털서비스세는 기존 부가가치세와 이중과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구글 등 글로벌 디지털기업에게 세금을 물리는 '디지털세(디지털기업의 법인세)'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진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