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1세대 화장품 로드숍들이 업황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팔방으로 나섰다. 로드숍들은 멀티숍으로 전환하거나 홈쇼핑·편의점 등으로 판매 유통망을 확장하는 등 기존 전략의 틀을 깼다. 다만 전문가들은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려면 제품 역량 강화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한 뷰티 로드숍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7일 업계에 따르면 1세대 로드숍이 침체에 벗어나기 위한 각양각색의 출구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로드숍들은 원브랜드숍 운영 방침을 폐기하고 멀티 매장으로 변경하고 있다. H&B스토어에 대항하는 것과 동시에 자사 브랜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에이블씨엔씨는 색조 중심 멀티 매장인 '눙크'를 론칭하고, 일부 '미샤' 매장을 전환하고 있다. 눙크에선 미샤 등 자사 계열 제품 외에도 150여개 브랜드의 제품이 취급된다. 더페이스샵도 편집숍 형태인 '네이처컬렉션'으로 매장을 전환해 '비욘드', '이자녹스' 등 자사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정책을 편다.
홈쇼핑과 편의점으로 유통망을 넓히기도 한다. 클리오는 지난 2월 CJ오쇼핑에 진출한데 이어, 이달에는 홈앤쇼핑에서도 홈쇼핑 전용 제품을 론칭해 판매한다. 잇츠스킨은 올초 롯데홈쇼핑에 진출해 '달팽이 크림' 세트를 출시해 첫 방송에 5000개를 판매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외에도 토니모리는 GS리테일과 협업해 1020세대를 공략한 편의점 전용 색조화장품 '러비버디'를 론칭했다. 첫 출시 당시 500개 점포에서 최근 인기가 높아져 1000여개 점포로 취급 매장이 늘었다.
화장품 전문가들은 이 같은 로드숍들의 생존법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행태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근본적인 로드숍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혁신적인 제품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수석연구원은 "멀티숍 전환 등이 매출 회복에 영향을 소폭 끼치겠만, 이미 멀티숍으로 흐름이 바뀌어서 추가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유통 전략 변화는 단기적인 개선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플랜을 짜는 게 중요하다"라며 "다른 회사의 제품을 들여와 유통만 하는 게 아니라 자사만의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