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를 역전한 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모펀드와의 외형 격차가 116조원까지 확대됐고, 올해 상반기에 유입된 사모펀드 설정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대체투자 확대와 사모펀드 지원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국내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설정액은 각각 230조원, 380조원이다. 전체 펀드시장(615조원)에서 사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62%에 달한다.
세부 유형별로는 사모 부동산펀드가 83조원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렸고, 사모 채권형(82조원)과 특별자산형(80조원)이 뒤를 이었다.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 2016년말 249조원에 달하며 처음으로 공모펀드(219조원)를 추월했다. 이후 공모펀드와의 설정액 격차는 2017년 74조원(사모 285조원·공모 211조원), 2018년 116조원(사모 333조원·공모 217조원)으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47조원이 추가로 유입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증가금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올해 공모펀드와의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국내기업 순이익 하향조정, 한일 무역갈등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한 변수가 많아 그 변화에 따라 운용전략을 달리 하며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규제가 적은 사모펀드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사모펀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한국형 헤지펀드도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하반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모펀드 운용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투자도 확대가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자산 투자를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대체투자 집행안의 하나로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싱글펀드 방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싱글펀드 방식으로 기금운용본부가 위탁사 선정, 포트폴리오 구축, 리스크 관리 등 주요 투자과정을 중간단계 재위임(재간접펀드)하지 않고 직접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자본시장 투자확대를 위해 모험자본투자, 해외대체투자와 함께 국내 헤지펀드 투자를 확대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정책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혁신성장과 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따라 선물회사가 파생상품전문 사모펀드을 운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됐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