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역 지상파 방송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역MBC는 한때 지역문화 창출의 중심이었지만 치열해진 시장에서 밀려 적자 행보를 걷고 있다. 타개책으로 로컬푸드, 임대업 등 수익 다변화 시도를 지속하고 있지만 본업인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역MBC는 방송외 분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강원영동MBC는 커피사업을 하고 있으며, 광주MBC는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분야 발전소사업을 영위 중이다. 부산MBC는 뮤지컬 전용극장을, 울산MBC는 컨벤션 웨딩 사업을 벌이고 있고, MBC경남과 대구MBC는 영화관사업을 하고 있다.
방송관련 사업만으로는 수익기반이 취약한 까닭에 지역MBC가 자사 브랜드를 활용, 지역기반 수익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방송사들이 방송 외 분야로 사업을 넓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지역MBC 관계자들도 생존 차원의 사업다각화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역MBC는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지난해 방송매출은 2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줄어들었다. 2015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했다. 522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도 지속했다. 지역MBC 관계자는 "2017년부터 적자 가속화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지역계열사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며 "올해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사업다각화가 방송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작인원이 사업부서로 이탈, 인적자원 감소로 보도 및 제작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나 협찬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이나 이벤트 개최 등의 사업에 연관될 경우 지방자치단제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온전하게 수행할 수 없는 점도 거론된다. 다양한 방송 외 사업으로 적자 극복이 힘든 상황에서 방송사업자의 지위 하락이 동반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정 내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지역여론을 형성하고, 지역문화 창출 자원인 지역방송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방송은 지역밀착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선거에 대한 주체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에 밀착해 있기에 재난발생 시 신속한 보도도 가능하다.
지역MBC 관계자는 "지역지상파가 지역성과 보도 편성 저널리즘 방안 및 자구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정부 공모사업을 통한 지역 콘텐츠 지원 확대, 지역프로그램 제작지원 기반 강화 등의 지역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하 한라대학교 교수도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가 사업다각화의 핵심이 될 수 있도록 질 좋은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역량개발 및 프로그램 제작, 유통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수 기제작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지역방송사가 통합으로 프로그램을 유통시킬 수 있도록 방대한 양의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획단계에서 글로벌 유통이 가능하도록 투자유치, 공동제작 파트너 선정, 프로그램을 선판매를 위한 피칭 지원이 필요하다"며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방송을 전송할 수 있는 뉴미디어 플랫폼 진출에 대한 지원도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