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외국인 대상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신용평가모형을 수립하고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과 은행 외국인 고객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대출 시장규모 추정 프로세스 . 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2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외국인 대출시장 확대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23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장기체류외국인은 169만명으로 2010년~2018년 기간 중 매년 연평균(CAGR) 6.7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말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의 외국인 고객수는 531만명으로 2015년 이후 연평균(CAGR) 15.2% 늘었다. 담보·무담보 대출을 더한 외국인 대출잔액은 2017년말 현재 4조7000억원이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CAGR) 4.92% 확대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주택담보대출은 2조6300억원으로 나타났으며 기타담보대출은 1조5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 체류외국인은 일정 자격을 갖추면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같은 기간 무담보대출은 5911억원으로, 신용대출과 카드대출이 각각 5682억원, 229억원으로 나왔다. 연평균 증가율(CAGR)은 9.11%에 달했다.
연구소는 현재 외국인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적정 수준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종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가보유 및 1억 이상 전세보증금 보유 여부와 소득 수준(월평균 300만원)을 고려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자격에 해당하는 외국인은 약 1만5973명이며 이를 기반으로 추정한 외국인 주택담보대출 시장 수요는 2조59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작년 5월 외국인 취업자 88만3000명에 상주인구 기준 외국인 자가보유 비중 12.5% 및 월평균 300만원 이상 근로소득 외국인 비중 12.7%를 적용한 결과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인 1만6175만명이 국내은행에서 2조60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간 것을 고려하면 외국인 주택담보대출 시장 수요는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대 추정 가능성에 유의해야 하겠지만, 월평균 소득 기준을 2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시장 규모 추정치는 18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보수적 기준을 적용해 신용대출 대상자를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의 외국기관, 외투기업 종사자 및 전문인력 등으로 한정할 경우 신용대출 규모는 2523억원 추정됐다. 여기에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 재외동포(F-4) 및 영주권자(F-5)를 합산할 경우 신용대출 추정치는 1조900억원으로 확대된다.
은행권이 향후 전체 체류외국인 중 자가를 보유하고 소득 수준이 높은 외국인 수가 증가할 가능성에 주목해야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자가 소유자 및 월평균 300만원 이상 임금근로자 증가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주담대 자격을 갖춘 외국인이 예상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송금 및 예·적금 수요는 지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예·적금 중심의 충성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외국인 (신용)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거래 레코드를 축적한 이후 외국인 특성을 반영한 평가모형을 수립하고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