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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일본의 경제보복, 위기인가 기회인가
입력 : 2019-08-08 오전 1:00:00
블룸버그통신은 7월22일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해 “아베의 한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본리더는 정치적 이슈를 상업적 힘으로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사설을 전했다. 느닷없는 아베의 ‘주먹 한 방’은 양국의 우호적인 관광·교역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세계는 경제보복(전쟁)의 도미노가 세계무역질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총성도 없는 경제전쟁 시대에 과히 새삼스럽지는 않다. 미·중 무역마찰도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도발은 다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일본은 지난 54년간 한국으로부터 무려 6046억달러(약 713.5조원)의 엄청난 무역흑자를 챙겼다. 금년에도 204.7억달러의 흑자를 냈고 이중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가 33.3억달러에 이른다. 금년 상반기 한국에서 3만대의 일본 자동차가 팔려 2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 자동차의 일본 판매량은 고작 32대다. 한국이 1066대의 중국 자동차를 수입한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국가 간 무역불균형은 중요한 이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난리치는 것도 엄청난 무역적자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은 적반하장으로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자국기업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핑계로 한판 떠보기를 택했다. 거기에 안전보장우호국(화이트리스트)도 제외한다니. 혹시 숨어있던 일본의 침략근성이 재발하는 걸까?
 
아무튼 신중치 못한 일본의 공격은 ‘일본산 불매운동’, 나아가 ‘국산품 애용운동’에 이르고 있다. 96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 것이다. 1923년 1월 일본의 경제침략에 못 견딘 민족지도자들이 조선물산장려운동을 벌였다. 서울의 한 학교강당에서 ‘조선물산장려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조선인의 산업역량강화와 산업장려’, ‘조선인제조품의 애용과 산업융성’을 목표로 전국적인 운동을 전개했다. 일본은 한국인을 그저 소비자에 머물게 하며 자국의 산업만을 강화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기업탄압이나 경제침략도 만만치 않았다. 19세기말 한국은 갑오개혁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상공업 장려정책을 폈고 각종 기업회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업화의 봄날’은 이내 좌절됐다. 1910년을 지나며 민족자본은 악랄하게 파괴되었고, 구한말 일본인이 불법 취득한 토지는 합법화되었으며 대대적인 소작제의 시행으로 한국인을 영세농이나 소상인으로 전락시켰다. 또한, 1910년 2월 <조선회사령>으로 회사설립허가주의를 채택, 조선의 근대공업 건설을 견제했으며 허가권을 이용해 조선인에게는 전통적인 수공업, 일본인에게는 기술과 대자본의 근대공업을 유도했다. 1937년 일본은 중일전쟁의 전시경제체제로 전환하고 1940년 민간기업체를 정리하여 국책회사에 통합하기 시작했고 1942년 <중소기업정리령>으로 정주영회장의 자동차정비공장을 비롯한 상당수 조선인 기업체를 정리했다.
 
이러한 식민지산업화와 6.25전쟁으로 한국의 기업생태계는 파괴됐다. 그럼에도 한국은 풍부한 노동력으로 피땀흘려 일했고 1950년대 외국 원조 대부분을 국방비와 소비재 도입에 쓰면서도 중화학공업을 일으켜 마침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의 행태를 보면서 일본이 아직 한국을 구한말 식민시대의 한국으로 보는지, 과거 침략과 노략질의 근성을 못 버린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한다. 해외 언론은 일본의 행위가 “장기적으로 일본에 불리할 것”, “일본이 자기발 걷어차는 짓”이라며 충고하고 있다. 일본도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경제자립과 국방력 강화, 식량자급자족 등 국가안위에 힘써야 한다. 글로벌시대라고 해서 외국산을 선호하는 소비도 재고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주요상품의 국산화와 수입대체를 이루고 나아가 해외시장 진출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yesnfine@naver.com)
신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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