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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일본 수출 규제 3~4개월 후 상당히 힘들 것…내년은 위기"
세계 경제 침체·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위기 직면
입력 : 2019-08-08 오후 2:15:56
[미국 뉴욕=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해) 3, 4개월 준비돼 있다고 파악했지만 그 이상 지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7일(현지시간) 갤럭시 언팩 2019 이후 미국 뉴욕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당장 하반기 출시하는 갤럭시노트10, 갤럭시 폴드 등 신제품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데 이어 이달 28일부터는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키로 결정하면서 반도체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이 추가적인 규제대상에 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은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부품·소재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노트10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직면한 위기는 더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부터 역성장 중이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과 물량 공세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고 사장은 “사장이 된 후 임직원들에게 ‘내년은 위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지만 올해에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낼 것 같다”면서 “하지만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3억대 밑(2억9130만대)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1억5000만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2년 연속으로 판매량이 3억대 아래에 머물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고 사장은 “3억대는 지키고 싶다”면서 “무선사업부의 규모라든가 해외 시장에서의 상황을 보면 의미 있는 숫자”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제조자개발생산(ODM)도 처음으로 선택했다. 윙테크가 설계·생산한 삼성전자의 갤럭시A6s모델은 첫 ODM 제품으로 중국 시장에 출시됐다. 올해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A60 역시 ODM 생산이다. 그는 “130~150달러 이하의 스마트폰은 경쟁이 심해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게 더 어렵다”면서 “제품 경쟁력이 허락되고 삼성전자 브랜드 달고 나가도 문제가 안 된다면 ODM은 일정 부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스마트폰 사업 기회를 5G에서 찾고 있다. 갤럭시노트10을 필두로 중저가 5G폰 등을 내놓으면서 5G 주도권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10 5G는 글로벌 시장에서 220만대 팔렸는데 그 중 한국에서의 판매량이 170만대를 기록했다. 고 사장은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사용주기를 봤을 때 2, 3년 후면 5G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플래그십 수요를 늘릴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면서 “갤럭시S10은 미국, 유럽 등 아주 일부 국가에만 들어갔지만 노트10 플러스는 5G 모델들도 여러 국가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5G 플래그십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한 차례 출시 연기 후 9월 출시를 앞둔 첫 폴더블 폰 ‘갤럭시 폴드’도 언급했다. 고 사장은 “3월, 4월 출시를 준비했을 때 100만대 정도”라면서 “이제는 일정도 그렇고 변경을 거치면서 출시 국가가 한국을 포함하면 약 20개국 정도라 올해는 100만대에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를 스마트폰의 최상위 라인업으로 가져가되 폴드는 새로운 폼팩터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피처폰 때부터 ‘월드 퍼스트(World First)’에 드라이브를 많이 걸었지만 20년 가까이 하다 보니 결국에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혁신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좋은 제품과 좋은 사용자경험, 의미 있는 혁신을 달성하면 시장과 고객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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