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LG전자가 러시아 공장을 확충하며 현지 및 유럽 가전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이번 러시아 공장 증설은 지난 2006년 러시아에 진출한 이래 10년 만에 대규모로 이뤄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러시아 법인은 최근 모스크바 루자(Ruza) 지역에 새로운 생산·물류시설을 준공했다. 공장 총 면적은 26만7000㎡로, 축구장 약 35개 넓이다. 해당 시설은 완제품 및 중간제품을 보관하기 위한 장소로 활용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이번 물류시설 확충을 시작으로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생산라인을 확대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투자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총 투자금이 1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전자가 현재까지 루자 공장을 비롯해 러시아법인에 투자한 총 금액은 4억달러(4800억원)가 넘는다.
LG전자 러시아 루자 공장. 사진/LG전자
루자 공장은 지난 2006년 고 구본무 LG 회장이 주도해 세워진 러시아 최초의 국내 생활가전 생산라인이다. 지난 10여년간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생산했고 매년 30%씩 생산량을 늘렸고 지난 2017년에는 모스크바 지방정부와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 지난해부터 증설에 착수했다.
LG전자는 공장증설을 통해 러시아 및 유럽 시장 가전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 러시아 시장 매출은 상반기 6736억원 수준으로 북미 매출 7조265억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작다. 2014년까지는 연간 3~4조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루블화 급락으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가전 시장 측면에서 시장의 크기나 구매력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는 2013년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이미 현지 공장에 생산 시스템을 갖춰 수익성을 높였다. 현재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OLED TV는 루자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고 일부만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초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인 LG 시그니처를 현지에 런칭하고 프리미엄 강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지난 4월 모스크바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2019년형 프리미엄 가전 신제품 발표행사를 연데 이어, 7월에는 모스크바의 대형 쇼핑센터인 메트로폴리스 몰에 처음으로 LG 프리미엄 브랜드샵을 열고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환율로 인해 러시아 매출이 감소한 측면이 있지만 프리미엄 가전 구매력을 따져볼 때 러시아는 LG전자에게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