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에게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50억원을 대납케 했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추가 혐의를 항소심 재판부가 미국 법률회사에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국제사법공조를 통한 사실조회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재판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인보이스(송장) 사본의 증거능력 인정을 위해 미국의 법률회사 '에이킨 검프(Akin Gump)'에 대한 사실조회가 불가피하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이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 가운데 에이킨이 보유한 자료 등 정당한 질의 사항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포함해 10월7일까지 사실조회 할 사항의 최종안을 제출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3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28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430만 달러(약 51억6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뒷받침하는 송장 자료를 넘겨받은 후,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소장에 추가했고 재판부도 공소장 변경을 허락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뇌물은 기존 67억7000만원에서 119억원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이날 "권익위에서 송장을 이첩받은 추가 증거는 기존에 확보된 것과 동일하고 실제 처리한 당사자들로부터 인정됐다" 면서 "사법공조 여부와는 별도로 증거채택을 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 "보통 형사사법 공조 현황을 보면 평균 7개월 이상 걸린다"면서 "또 (변호인 측에서) 사법공조 조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반대했다. 재판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서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권익위의 송장 사본은 출처 불명확성 문제와 위법수집 증거 문제로 연결되는 문제 등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절차 지연을 우려하는 검찰 의견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사실조회를 신청해 진행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항소심뿐만 아니라 차후에 있을 최종 판단에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제출된 송장 사본의 진정성과 증거능력 인정을 위해 자료가 있는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에 대한 사실조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검찰의 예상대로 사법공조가 7개월 이상 진행될 경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선고는 해를 넘기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은 당초 지난 6월 심리를 마무리하고 선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뇌물 혐의가 추가되면서 심리가 재개된 상태다.
재판부는 절차를 진행한 후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