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과 파생결합펀드(DLS·DLF)의 원금 손실이 현실화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손실을 배상받는 방법으로 민사 소송보다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판매 소송은 수년이 소요되는 데다 법원의 보수적 판결로 패소 사례가 많지만, 금감원 분쟁조정은 2~3개월 정도면 결론이 나고 통상적으로 배상비율이 20~50%선에서 결정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DLS 금감원 분쟁조정 신청이 지난 7월 첫 제기된 이후 현재까지 200여건이 접수됐다. 최근 만기도래 관련 상품의 불안감이 커지고 피해보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쟁조정 신청은 급증하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최근 DLS 만기 도래로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서 분쟁조정 신청 규모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결합상품 개인투자자가 3654명, 법인이 188개사인 만큼 향후 추가 분쟁조정 신청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시민단체와 법무법인 등과 함께 단체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금감원 분쟁조정 신청 규모보다는 미미한 수준이다. 시민단체에 접수된 상담 건이 100여건이라 소송 참여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지난 25일 첫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자는 개인 투자자 2명과 법인 1곳이다.
과거 DLS 불완전판매 관련 소송에선 투자자들이 패소하는 경우가 다수여서 보수적 판결을 하는 법원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더 기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투자자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소송에 들어가면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입증을 위해 직접 자료 제출과 소명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금감원 분쟁조정 결론을 가능한 빨리 받아보고 수용할 수 없다면 그때가서 소송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DLS 사태와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우리은행의 '파워인컴펀드'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금 100% 손실을 당한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은행의 책임비율을 20~40%로 판결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손실액의 50%를 배상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금감원 분쟁조정은 2~3개월 정도면 결론이 난다는 점에서 신속하게 배상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DLS 불완전판매 사안을 분조위에 올릴 예정이다. 중도환매한 사례를 포함해 피해 사례를 주요 사안별로 분조위에 올려 배상비율을 결정한다.
민사 소송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 당장 손실을 본 피해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파생결합상품 손실과 사례는 다르지만 과거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으로 4만여명 투자자에게 1조7000억원 가량의 피해를 안긴 '동양사태'의 경우 대법원 판결이 5년만에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를 고객이 직접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당국이 분쟁조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없는 만큼 분쟁조정을 먼저 거친후 분쟁조정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불수용'하고 소송으로 진행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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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