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지난 2009년부터 10년간 한국의 정보통신산업(ICT)과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산업육성 전문기관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창용 원장은 30년간 ICT 업계에 몸 담아온 전문가다. 지난 1987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해 2011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을 거쳐 삼성전자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 연구소장을 지냈다. 민간 기업 출신이 NIPA 원장에 선임 된 것은 이례적이었다고 하지만 그는 NIPA를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ICT와 SW 산업에 대한 기술적 감각뿐만 아니라 이를 사업화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휘젓고 있는 지금, 김 원장은 다양한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주도하며 NIPA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휘젓고 있는 지금, 다양한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 주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정보통신산업진흥원
곧 취임 1주년이다. 그동안의 성과는.
가장 정성을 드린 부분은 인공지능(AI) 연관 산업을 육성하고 신 성장 동력을 발굴을 위해 AI 가속성장 생태계 조성한 점이다. NIPA는 기업들이 연관 산업에 대한 응용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단번에 할 수 있도록 고성능 컴퓨팅 지원, 즉 GPU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한다. 현재는 200개 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내년 800개 기업으로 지원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AI 기업들이 솔루션을 개발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업용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고 공유해 수요기반의 데이터 수집과 유통을 확대할 수 있는 산업 데이터 뱅크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안에 AI 응용산업 전문가 600명을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 4061억원 규모의 대형 신규 사업인 광주AI집적단지를 기획했다. 자동차와 에너지, 헬스케어 등 지역 특화 산업이 AI와 융합돼 약 2만7500명의 고용효과를 내고 AI 벤처기업 1000개가 육성되며 전문인력도 5000명이상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5G 실감콘텐츠 확보를 위한 올해 추경예산 198억원도 확보했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NIPA 전 직원의 의지와 노력이 정부 예산에 반영돼 속도감 있게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것으로 안다.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비록 기술 자체가 뒤쳐져 있다 해도 산업의 관건은 '응용'이다. 우리나라는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과 비교해 기술격차가 사물인터넷(IoT)은 1.2년, AI와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스마트시티의 경우는 2년, 블록체인은 2.3년 정도 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AI, VR·AR, 5G(5세대 이동통신) 등의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다른 산업과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스마트 조선, 스마트 제조, 디지털 헬스, 미래자동차,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팜 등이 그 예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AI 기술이 만나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되는 것이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조선·5G 등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와 신기술을 융합해야 한다. 또 디지털 헬스 등 미래 성장잠재력이 높은 유망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기술이 기존 산업과 융합해서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경쟁력 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다.
NIPA가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를 다양한 산업과 생활에 융합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는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 첨단 디바이스·보안, 융합서비스 등 주요 연관 산업분야를 오는 2026년까지 1161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전망이다. 이에 NIPA는 5G 실감 콘텐츠 조기 상용화 성공을 위해 실감형 콘텐츠 실증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세계적인 킬러콘텐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예가 5G와 VR과 e커머스를 결합해 응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다. e커머스와 VR이 결합하면 동대문에 직접 가지 않고도 VR로 보고, 선택하고, 입어보는 체험을 실제 상황처럼 한번에 할 수 있게 된다. AI 점원이 소비자에게 꼭 맞은 옷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내년부터 실제로 이 프로젝트의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장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진 않더라도 몇 년 내로 정교해질 것이다. 쇼핑뿐만이 아니라 공연, 전시 등 모든 곳에 응용이 가능하다. VR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을 주기적으로 볼 수 있다면 한류도 더 빠르고 넓게 확산될 것이다. 이처럼 5G가 일상에 파고들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꿀 것이다.
신사업 규제 혁신 실행기관으로서 성과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 뒤 총 61건의 과제가 처리됐다. 규제샌드박스는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거침없이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게끔 혁신성장 생태계에 꼭 필요한 제도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실제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싶은데 눈치를 보는 기업도 있고,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는 기업도 많은 듯하다. 그래서 NIPA는 경쟁력을 갖춘 후보 기업들을 찾아 샌드박스를 홍보하고, 설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기업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심도 깊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직접 찾아가 '일대일 상시 대면 상담'도 운영 중이다. 이에 1월 이후 '임시허가'의 경우 11건이 처리됐다. KT가 공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를 활성화한 것이 대표 사례다. 기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테스트를 허용한 '실증특례'는 14건이 통과됐다. 대표적인 예가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다. 최근 차량 공유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면서 택시 업계와의 갈등이 심각하다. 사회적으로 이해관계자 사이의 대립이 첨예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앱 기반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인 반반택시는 7월 실증특례를 받았다. 신속처리는 36건이 처리됐다.
SW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현지에 있는 사업 파트너 확보가 어렵다는 얘기가 45% 비율로 가장 많다. SW 솔루션이나 스마트시티 플랫폼 등의 기술은 사실 반제품과 다름이 없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이 편하게 선호하는 유저인터페이스(UI)가 있기 마련이다. 즉 단지 기술만 파는 게 아니라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현지 맞춤형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기업의 경우는 직접 현지에 지점 만들어 사람을 뽑고 시스템화해서 움직이면 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사실상 현지에 대한 정보도 없고 자본도 없고 투자도 부족해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 현지 목소리에 따르면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나고 자리 잡는 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NIPA는 5년을 단 몇 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분야별 현지 전문 파트너와 바이어들을 발굴하고 연결해주고 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에 NIPA의 해외 지사가 있는데 지역별로 데이터베이스(DB)화를 해서 기업간 협업이 빨리 진행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 인력들이 전략 분야 시장현황과 정책 특화 정보를 기업에 제공한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현지 인력을 직접 교육하고 대학협력을 통한 현지 인력 채용도 지원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ICT 서비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가치사슬의 전단계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기업들이 신남방과 신북방 등 전략지역으로의 뻗어나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역점 두고자하는 경영 최우선 가치는.
“국가 전 기관 중에서 NIPA가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제가 우리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NIPA는 미래 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스마트폰 등 우리 주력산업이 흔들리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지속성장 가능 여부는 NIPA의 역할에 달렸다고 본다. 신성장 동력 발굴이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 전체가 창의적인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직접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