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핀테크는 공급자 위주인 전통적 금융산업 구조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시킨다. 금융산업의 경쟁을 촉진시켜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핀테크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금융위가 본격적으로 금융혁신 정책을 추진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이 과정에서 준수한 성과도 있었다. 금융 샌드박스 제도가 보완됐고, 글로벌 핀테크 지수도 선진국을 뛰어넘었다. 이때문에 금융혁신 정책을 진두지휘한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제는 핀테크 발전을 넘어 여러 사회적 이슈들도 들여다봐야 한다. 금융기술 발전에 따른 보안 체계를 마련하고, 고령층에 대한 핀테크 교육도 강구해야 한다. <뉴스토마토>는 11일 권대영 단장을 만나 핀테크를 둘러싼 여러 이슈와 정책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세대간 디지털 금융에 대한 이해도 격차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이를 위해 고령층 등 디지털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한 디지털 금융 교육이 필요합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1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혁신금융 방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 사진/ 금융위
전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도 4차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핀테크를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규제를 완화시켜 핀테크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약 50여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지정되고 이중 일부 서비스는 출시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 지 약 6개월이 지났다는 점에서 준수한 성과로 평가된다.
권대영 단장은 핀테크를 발전시키는 것 외에도, 혁신금융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이슈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달려가지 않으며, 혁신에 따라 생겨나는 반작용, 부작용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금융혁신에 따른 디지털 격차와 보안이 그것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이다. 핀테크가 나타나면서, 아날로그 시대에 살았던 고령층에 대한 금융소외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게 됐다.
권대영 단장은 "과거에는 '혁신'이라는 개념이 기존 틀을 파괴하면서 무조건 달려나가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지속가능한 혁신, 포용적 혁신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고령층 등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금융공급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사회는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디지털 디바이드, 즉 디지털 정보 이해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금융위도 고령층이 쉽게 디지털 금융을 접하도록 ATM 및 모바일의 활자를 크게 키우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보안도 금융혁신에서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국내 핀테크 기술이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보안시스템도 더 고도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핀테크 기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안인식과 투자가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보안을 게을리해 금융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면, 핀테크라는 꽃을 피우기도 전에 금융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대영 단장은 "보안대책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서는 보안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핀테크의 리스크에는 보안 위협이 있다"며 "자칫 보안사고가 터지면 금융혁신에 대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보안은 고령층이 핀테크를 안전하게 이용하는데 꼭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금융범죄 기술도 고도화되는 상황이다. 고령층이 디지털 이해도가 젊은 사람보다 낮아, 언제든지 금융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층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7년 2431억원에서 지난해 4440억원으로 두배 증가했다.
권 단장은 금융혁신이 발전하는데 발생하는 부작용들, 즉 디지털 디바이드를 극복하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령층에게 디지털 금융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면 디지털 이해도 격차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금융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단장은 "정부와 민간기관이 데이터 사이언스·보안·블록체인 전문가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문가가 인력양성을 위해 재교육하는 건 이미 하고 있다"며 "정부가 교육제도를 통해 주도적으로 양성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노동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혁신은 단순히 금융 부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노동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금융혁신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권대영 단장이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또 권대영 단장은 핀테크를 발전시켜야할 당위성에 대해 "글로벌적 흐름"이라며 "이를 못따라가면 금융산업경쟁력이 뒤처진다"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이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그는 앞으로 핀테크의 영향력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 판단했다. 금융회사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라 단순 망 공급자(DumbPipe)로 전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는 금융상품 제조와 판매가 한곳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핀테크가 금융상품의 판매 역할을 가져가게 되면서 금융회사의 영향력을 줄게 된다. 고객 접점이 큰 핀테크의 플랫폼이야말로 금융산업 경쟁력으로 꼽힌다.
권 단장은 "금융산업에서 플랫폼이 주목받는 건 고객 접점이 많기 때문"이라며 "결국 금융산업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권대영 단장은 우리나라 핀테크 경쟁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이 부족해 더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영 단장은 "유니콘 기업이 토스 하나만 있는 걸 보더라도 제도·인력·시스템 면에서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며 "핀테크보다는 전통적 금융권의 영향력이 아직 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핀테크 서비스는 아직 단순 모방 측면이 있고 규모도 작다"며 "전 세계의 험난한 경쟁을 뚫고 나가기에는 아직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단장은 "우리나라 디지털 이해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반과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영 단장이 혁신금융 정책을 맡은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금융 규제샌드박스 시행으로 혁신금융서비스가 지정된 지도 약 6개월이 지났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성과는 있었다.
권 단장은 "금융혁신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앞으로 더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이 금융을 빠르고 재미있게 한다고 평가했다"며 "한국의 핀테크 지수도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권 단장은 앞으로 핀테크 기업들의 가시적인 성과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단장은 "금융 샌드박스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났으면 내년에는 성과가 나와야 한다"며 "그렇게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