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운항하던 에어부산이 인천국제공항으로 활동지를 넓히면서 모회사 아시아나항공과의 집안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부산은 인천에서 필리핀 세부와 대만 가오슝으로 가는 항공권 판매를 10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노선들에 대한 항공기 운항은 오는 11월 13일부터 돌입한다. 회사는 앞서 인천~닝보, 인천~선전 노선 취항 소식도 알렸다.
아직 스케줄이 나오지 않은 청두까지 더하면 인천 출·도착 노선은 모두 5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신규 취항을 계획한 5개 노선을 연내 모두 운항할 예정이며 내년에도 인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대구와 부산에서 출·도착편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인천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에어부산이 연내 5개 인천 출·도착 노선 운항을 추진한다. 사진/에어부산
문제는 이번에 신규 취항을 계획 중인 노선 중 상당수가 아시아나항공과 겹친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이 곧 취항을 시작하거나 계획 중인 인천 노선 중 세부, 선전, 청두 노선을 이미 운항하고 있다. 인천~가오슝의 경우 오는 27일부터 부정기편을 정기편으로 전환한다. 에어부산 인천 5개 노선 중 4개가 겹치는 셈이다.
저비용항공사(LCC)가 통상 대형항공사(FSC)보다 항공권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5시간 이내 단거리라면 LCC가 경쟁력이 높다. 짧은 시간만 비행하면 돼 서비스보다 가격에 집중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이 다음달부터 운항을 시작하는 인천 출·도착 세부, 가오슝, 선전 티켓 가격을 항공권 예매사이트에서 조회한 결과 에어부산 티켓이 아시아나항공보다 약 3만~10만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세부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약 9만4300원 비싸 가격 차이가 가장 컸다.
이처럼 에어부산이 이른바 '팀 킬(Team Kill)'을 감수하고 인천 진출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제한적인 지방 수요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지난 2분기 2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상반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164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전체 여행 수요가 커지며 매년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2016년 8.09%, 2017년 6.14%, 2018년 3.14%로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 진출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LCC 공세로 수익이 나지 않는 단거리 노선 정리를 고민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단거리 노선에 집안에서 경쟁자가 나온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과 최근 운수권을 확보한 몽골 노선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앞으로도 인천 노선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겹치는 노선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항공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각자도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세부, 선전 노선은 아시아나와 에어부산이 각각 오전, 오후 스케줄로 편성해 운영한다"며 "따라서 오히려 이 노선에 대한 경쟁력이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