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측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는 14일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씨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는 않았다.
이 전 이사장 측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지만 법리적인 측면에서 죄가 성립하는 지는 다퉈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혐의를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사받는 과정에서는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재판을 기다리면서 되돌아보니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 때문에 상처 입은 분들이 다시 상처받으면 안 된다는 반성의 마음에서 공소사실을 다투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며 "다만 일부 증거가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일방적이고 피고인이 사건 후 변화하고자 노력한 부분 등이 드러나지 않아 증인을 신청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이사장 측은 피고인이 상습특수상해로 기소됐는데 폭행의 상습성이 있었는지, 화분과 밀대, 철제 전지가위 등이 상해 및 폭행 구성요건인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치료 일수조차 기재되지 않았는데 상해에 해당하는지 등은 범죄 성립 여부를 다퉈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운전기사 등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하거나 손으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전지가위를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 차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면서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필리핀 가정부 불법고용 사건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