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이춘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데 이어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가 재심 청구 의지를 밝히면서다. 경찰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한편 과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다시 검증하기로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0일 브리핑에서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이 한 짓이라며 번복 없이 자백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며 "진술에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심문 기법을 통해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을 진술로 이끌어내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자백이 맞을 경우에도 대비해 당시 수사에 과오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관계자 등을 상대로 윤씨로부터 자백을 받은 경위 등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과 혈액형 판별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확인을 요청했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차 사건 당시 윤씨를 상대로 수사를 했던 경찰들은 강압 수사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믿고 대상자를 불러 조사를 했기 때문에 특별하게 고문이나 이런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퇴직했으며 가혹행위가 밝혀진다 해도 공소시효는 만료된 상황이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실마리가 풀리는 듯 했던 화성사건 수사는 자백 내용 중 모방범죄로 판명됐던 8차 사건이 포함돼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혼선을 빚게 됐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의 한 주택에서 박모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의 체모를 채취해 100명의 체모와 대조, 윤씨를 특정했다.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옥살이를 한 윤씨는 재심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윤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받고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호소했다. 윤씨는 재심사건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변호인단 구성이 마무리되면 공개하겠다"면서 "윤씨 입장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다. 잘 살려가겠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