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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삼겹살, 더 먹어야 할 때
입력 : 2019-10-23 오전 6:00:00
안도현 시인은 시 '퇴근길'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없다면/, 이것마저 없다면..."이라고 삼겹살을 예찬했다. 이제민 시인 또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시에서 "하루 일을 끝내고 부담 없는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중략)역시 삼겹살엔 소주 한잔이 제격이야, 그렇지! 다음에 만날 때도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
 
삼겹살은 서민의 밥이고 약이며 친구다. 밥벌이의 고달픔을 삼겹살로 풀고, 퇴근 후 지인들과 삼겹살에 소주잔을 나눠 마시는 국민음식이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이사를 한 날 사람들은 으레 삼겹살을 찾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돼지고기가 몸속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해독시킨다는 믿음에서다.
 
최근 삼겹살을 제공하는 돼지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이다.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생후 4개시군 15곳 농장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돼지는 지금까지 151개 농장에서 216907마리가 살처분 됐는데 아직 85683마리가 남아있다. 한달 새 30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을 당한 셈이다.
 
상당한 양의 돼지가 사라지고 있지만 오히려 돼지고기값은 급락하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이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다. 실제 돼지고기값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직전인 지난달 평균 돼지고기 1kg당 도매가격은 4791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일간 3000원 아래로 떨어지기 까지 했다. 돼지값이 1년 전보다 22.1%, 한 달 전보다는 36.4%나 떨어진 것이다.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는 모두 살처분 되기 때문에 유통되는 돼지고기와는 상관이 없음에도 소비자는 '찜찜함' 때문에 돼지고기를 사지 않아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방역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고, 종식시키기 위해 총동원하고 있지만 최근 야생 멧돼지를 비롯한 야생동물 역시 전파 경로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어 또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흐름을 봐서는 숨고르기 국면인 것으로 보인지만 산간 멧돼지 접촉이 가능한 부분에서 추가로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또 북한, 중국, 베트남 등 주변국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지목된다.
 
후폭풍은 이미 해외사례에서 확인된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보고된 후 1957년 포르투갈을 통해 유럽 대륙으로 건너갔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 사르데냐 섬에서는 1978년 발병 이래 40여년이 지나도록 병이 잡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작년 8월 전세계 돼지고기의 소비량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발생했는데 발병후 1년새 3분의1가량이 살처분돼 돼지고기값이 급등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방역당국의 방역도 더 체계적으로 갖춰야겠지만 국민이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뚫고나갈 노력을 꾀해야 한다. 현재 이중·삼중고를 겪는 양돈농가들이 더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민들은 소비를 늘려야 한다. 또 해외에서 축산물을 반입해서는 안된다. 무심코 가져온 금지품목 축산물이 또 다른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한달이 넘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진행중인 데도 적발 건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서민의 친구인 삼겹살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지킬건 지키고, 돼지소비는 더 많이 해야 양돈농가와 한돈을 지킨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할 때이다.
 
김하늬 정책부 기자(hani4879@etomato.com)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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