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과 기업의 외환 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안을 막판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 배상안의 일괄 적용 여부가 쟁점으로 거론된다. 은행들은 현재 분쟁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 대한 배상 비율을 키코 피해를 주장하는 다른 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키코 불완전판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달 초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분조위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은 손실 배상의 당사자인 은행들이 어느정도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지난해 7월 조사에 착수하고도 그동안 분조위 개최를 차일피일 미뤄온 것은 은행들의 입장을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를 개최할 정도로 손실 배상 비율에서 어느정도 의견접근은 이뤄졌다고 본다"면서도 "은행권 입장에서는 이번 분쟁조정의 배상 비율이 전체 기업으로 확대 적용될지 불투명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다. 은행은 신한·산업·우리·하나·씨티·대구은행 등 6곳이며 피해 금액은 168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들 4개 기업 외에 추가로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기업이 최대 200개가량 더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현재 4개 기업의 분쟁조정안이 나머지 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키코 피해를 부당하게 입었다고 주장하는 나머지 기업들까지 분쟁조정 절차에 뛰어들어, 분쟁조정안 적용을 받게 되면 손실 배상금액은 조 단위로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나머지 키코 손실 기업에 대한 분쟁조정도 은행들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으로서도 현재 4개사의 피해 현황 조사와 분쟁 조정 절차에만 1년이 넘게 걸린 만큼, 나머지 기업에 대해 직접 조정에 나서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직접 분쟁조정 지원에 착수한 4개 회사 외에 나머지 업체의 경우 키코 판매 은행과의 자체적인 자율 협의를 통해 조정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이번 분쟁조정안을 가이드라인을 자율 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9월 전경련회관에서 키코 재조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