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정규직 채용 원칙, 비정규직은 불가피할 경우만"
"사전심사제가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 안정↓"
노조 "295명 대량 해고 위기...사전심사제 철회하라"
"비정규직 사전심의 전 정규직 활용계획부터 수립해야"
"정규직 정원 확대, 인건비 예산확보 병행 필요"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앵커]
정부가 공공기관 내 무분별한 비정규직 채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18년 발표한 비정규직 사전심사제도가 오히려 기존 비정규직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비정규직 채용이 원칙인데 이에 대한 판단을 기관이 자의적으로 하는 통에 오히려 기존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고용이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백주아 기잡니다.
[기자]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어 지난해 5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도입해 상시·지속 업무를 신설하거나 결원이 발생하면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채용하도록 지침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일부에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두고 노사가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곳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대표적입니다. 연구원은 지난달 21일부터 사전심의를 시작했는데 그 대상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연구직의 경우 특정분야에서 특정기간동안 전문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비정규직 사전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연구원 노조는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기대권이 형성된 2년 이상 근무한 연구원도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연구원 전체 재직노동자 315명 가운데 2년 이상 근무한 위촉연구원(비정규직)은 약 23명입니다.
경제사회인문연구회가 발표한 지난해 2018년말 기준 26개 국책 연구원의 정규직 전환 추진현황에 따르면 전환 대상 2728명 가운데 1232명(45.2%)전환됐지만, 환경정책연구원은 127명 중 38명(29.9%)만 전환됐습니다. 평균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치입니다.
강원도 교육청도 사전심사제 도입으로 청소학교 청소원 등 특수 운영직군과 극심한 갈등 중에 있습니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사전 심사제' 도입 이후 기존 정년 이후에도 1년 단위 기간제 근무를 할 수 있었던 노동자 295명이 대량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상탭니다. 반면 심사를 통해 학교 재량으로 기간제로 재고용 될 수 있으므로 대량 해고는 노조 측의 기우라는 게 도 교육청의 입장입니다.
정부도 일정 부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가 지속적으로 운영되면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관행도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관별로 운영과정에서 애로사항이나 문제점이 있는지는 파악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용부는 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기관 862개소 중 502개소(58.2%)가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도입했고, 5400여건에 대해 실제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사전 심의 제도 도입에 앞서 정규직 활용계획을 명확히 수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비정규직의 사용여부는 사용자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업무 특성에 따라 판단이 돼야 하지만 사전심사제는 사측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의무를 면제해주는 식으로 운용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노동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변호사는 "애초 취지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규직 정원 확대, 정규직 인건비 예산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토마토 백주압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