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인수합병(M&A)을 위한 정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과 티브로드 간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원회의 결정을 남겨놓고 있다. 방송·통신 주무부처의 승인이 남아있긴 하지만, 불허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 등 글로벌 관점에서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수 있는 M&A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앞서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당시 독과점을 이유로 불허한 바 있는 공정위도 이번에는 3년전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 유료방송 시장이 급속히 디지털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즉 시장성 논리가 깊숙이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방송은 시장성의 논리로만 바라볼 수 없는 영역이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는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자로 지역성 구현을 주요 책무로 하고 있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방송을 통해 지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나서고 있고, 지역연고 스포츠 중계방송,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소개 방송 등 전국방송에서 다루지 못하는 지역문화와 지역 커뮤니티 장을 만들어왔다. 시장성으로만 살펴본다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역민의 정보 습득 선택권 측면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시장성 논리만으로 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국 단위 사업자인 인터넷(IP)TV가 지역 사업자인 케이블TV를 M&A 하려면 지역성 구현에 대한 방안이 따라나와야 한다. 하지만 IPTV 진영은 콘텐츠 확대라는 막연한 계획만 있을 뿐 지역성 구현에 대한 계획은 전무하다. 이를 우려한 듯 최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등은 잇따라 성명서를 내며 케이블TV 시장 보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거대 플랫폼 체제에서 이들이 고사한다면 방송의 지역성은 담보될 수 없다.
변화하는 시장에 맞춘 미디어의 체질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미디어의 지역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도 뒷받침돼야 한다. 방송의 지역성에 대한 보호장치 없이 M&A가 진행된다면 자칫 IPTV를 쥐고 있는 통신사들의 배만 불릴 수도 있다.
이지은 중기IT부 기자(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