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현 중기IT부 기자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 계열사 Z홀딩스가 합병을 결정했다.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공지능(AI) 기술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AI 기술에 대한 관심은 잘 알려졌다. 일찍이 수천억원대 펀드를 통해 AI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AI, 둘째,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역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라인과 Z홀딩스도 합병 배경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와 중국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의 기술 패권을 언급했다.
양사의 합병은 확실히 두 회사의 기존 사업들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라인은 일본에서만 82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다. 야후재팬 역시 일본 최대 포털로 이용자가 5000여만명에 달한다. 두 회사를 합치면 1억명이 넘는 메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일본 내에서 최대 인터넷 기업의 위상을 획득한다. 검색과 메신저, 광고, 간편결제,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AI 기반 기술은 향후 이같은 플랫폼 사업에서 핵심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라인과 Z홀딩스 합병, 네이버의 AI 벨트 구축 등은 한일 양국의 최대 IT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는 GAFA나 BATH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거대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IT공룡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전략일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GAFA로 대표되는 미국의 IT기업들의 독점적 지위는 항상 거론돼 온 쟁점이다. 현재도 유럽 각국에서 이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끊이질 않는다. 문제는 AI 등 첨단 IT 기술로 무장한 기술기업들의 독과점 문제가 글로벌 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자국 시장 내 독점적 사업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실제 라인과 Z홀딩스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도 이에 대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는 일본 내 압도적인 점유율로 인해 시장 경쟁을 저해하거나 소비자 피해가 없는지 심사한다. 또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 발표가 있던 날, 한국 공정위는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제재에 착수했다. IT기업들의 시장 독과점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플랫폼 사업의 성패가 몸집을 키우고 시장 내 우위를 갖는 데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국내외적으로 불공정한 시장 환경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 지 고민할 시점으로 보인다.
안창현 중기IT부 기자(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