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장애인의 고용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중반 이후다
.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1990년 의무고용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장애인고용촉진등에 관한 법률
(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이 제정됐다
. 지난
30년 동안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 법률에 근거해 각종 제도 와 사업들을 현재까지 시행해오고 있다
.
의무고용제도의 목표는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같은 균등한 고용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사회연대책임을 기반으로 정부와 사업주에게 상시근로자 대비 일정비율 이상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일자리 제공의 책임을, 국가는 사업주의 장애인 고용비용 보전과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 마련 등의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는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도 ‘모범’이 되기 위해 의무고용률 또한 민간기업보다 높은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의무고용 일자리의 대부분은 민간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무고용제도의 성패는 결국 민간기업이 장애인을 얼마나 고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 8일 제11회 장애인고용패널 학술대회의 기획주제는 장애인 고용정책의 효과에 대한 재탐색으로 의무고용제도의 성과를 측정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의무고용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도 의무고용제도의 성과를 추정한 연구가 몇 몇 존재하지만 실상은 의무고용제도의 성과라기보다는 전체 장애인 고용정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우리나라의 의무고용제도의 효과가 긍정적이라는 결과는 우리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2.78%로 의무고용제도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의무고용제도는 뿐 아니라 각종 장애인 고용촉진 사업들이 도입 취지에 맞게 잘 수행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또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을 중심으로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한 각종 사업평가를 주기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30여년의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정책이 가시적이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장애인 고용률이 여전히 증가하고는 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정책을 둘러싼 외부환경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장애인구 구조변화다. 장애인구의 고령화와 장애정도 및 유형별 특성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할 시기가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장애인 고용전문가로 20년 넘게 일해 온 독일 통합사무소 소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예방이라는 관점으로 전환 중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장애 여부를 심사한 후 이에 따른 고용서비스가 제공됐다면 이제는 그 이전 단계에서부터 장애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되는 것은 예방하는 것에 보다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독일과 더불어 프랑스도 장애인구의 고령화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전과 다른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문제인식이 필요한 때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에서는 5년마다 의무고용률을 재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시근로자 5% 이내에서 의무고용률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를 근거로 의무고용률은 현재 보다 약 2.0%포인트 정도 상향될 수 있다. 1991년 2%로 시작된 의무고용률은 2019년 현재 3%를 넘고 있으며 2017년에 이어 올해 역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각각 0.2%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이후에도 상향 조정될 여지는 충분하다. 장애인구 구조, 장애인 수요, 산업구조, 기업의 고용환경 등 변화를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사업들로는 상향조정될 여지가 충분한 의무고용률을 완전히 이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에 근간하는 의무고용제도를 넘어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부합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계획’의 비전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격차 해소를 위한 포용적 노동시장 구축’이다. 이 계획을 간단히 요약하면 기존 사업의 확대와 새로운 사업 신설이다. 현재 장애인 고용현황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의무화에 따른 현장 안착을 위한 지원책 마련, 장애인 특성과 수요에 근거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직업적 장애 기준 마련, 기업의 장애인 통합 정책 실행정도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장애친화성 진단도구 도입 등은 환경변화와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지난 30여 년간 의무고용제도와 각종 장애인 고용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이룬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의무고용제도를 중심으로 가격정책에 초점을 둬 장애인 고용을 이끌었다면 이제 앞으로 다가올 30년은 현행 정책적 기반 위에 사회적 가치와 같은 비가격정책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유은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