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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장점마을 될 수도 있는데…법은 연현마을 아이들 안 지켜줘”
초등학교 200m 옆 아스콘 공장, 인접 의왕경찰서 경찰관 4명 암으로 사망
입력 : 2019-11-25 오후 7:41:4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창문 열어놓기가 무서워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연현마을에 10년째 거주해온 A씨는 이런 바람을 털어놨다. 하루에 몇 시간씩 참을 수 없는 악취에 시달린 지 여러 해다. 처음에는 두통이 생기고 코가 막히는 현상이 지속됐다. ‘내가 예민하겠거니’, ‘우리 가족이 면역력이 약한가’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이 지난 후 주민들은 유해환경 노출로 인한 ‘환경질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원인으로 지목된 곳은 연현마을 안에 위치한 아스콘 만드는 공장(제일산업개발)이었다. 이 아스콘 공장은 1970년 5월 합성세제 비누공장으로 출발해 1984년 6월부터 공장업종을 변경한 후 아스콘, 콘크리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공장이 2002년 입주를 시작한 대단지 아파트로부터 불과 80m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점이었다. 연현초등학교로부터는 200m 남짓한 거리다. 
 
 
2016년 아스콘 공장 옆 의왕경찰서에서 7년 만에 경찰관 4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3명이 암 투명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입주민들은 크게 동요했다. 입주민들이 겪고 있는 호흡기 질환, 자궁 근종 등이 아스콘 공장 매연과 무관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2017년 3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제일산업개발 대기정밀검사에서 발암물질로 지정된 벤조피렌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가 검출되자 입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같은 해 11월 연현마을 학부모들은 이대로 가족들과 아이들을 유해환경에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건강한 연현마을을 위한 부모모임'을 결성했다. 모임은 연현마을 4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건강 실태를 조사했다. 회수된 설문지 약 600여건 가운데 “질환을 앓고 있다”는 답변은 85%에 달했다. 질환 형태는 67%가 호흡기 질환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의 사용중지 명령을 받고 잠시 생산라인을 멈췄던 아스콘 공장이 재가동할 기미가 보이자 학부모들은 등교 거부 사태로 맞섰다. 부모모임 회원들은 국회로 가서 ‘재가동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부모모임 위원장을 맡고 있는 B씨는 “유해물질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어서 얼굴을 드러내고 설문조사와 간담회를 감행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단결석’이라는 글씨였다”고 토로했다. 
 
아스콘 공장 유해물질 문제가 처음 제기된 의왕경찰서. 사진/뉴시스
 
법은 입주민들의 편은 아니었다. 제일산업개발이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조업정지명령처분을 취소해 달라”면서 낸 행정소송에서 1심은 경기도에 손을 들어줬지만 2심과 대법원은 공장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7년 당시만 해도 대기환경보전법상 벤조피렌 등에 대한 배출 허용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후에 만들어진 배출허용기준에 따라도 해당 공장에서 나온 벤조피렌의 양은 기준치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한 근거였다.
 
제일산업개발이 안양시를 대상으로 낸 민사소송에서도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안양시가 실시한 조사와 단속행위가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압박할 목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조사권 남용”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시는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한 상태다. 안양시 환경보전과 관계자는 “발암물질 문제는 경기도, 악취 문제는 안양시 소관으로 해당 공장은 악취 오염도 검사가 4회 기준치를 초과했고 토양 및 수질 오염발생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에 안양시는 해야 할 조사를 한 것”이라면서 “안양시는 악취 관련 소송인데 1심은 대법원이 판결한 발암물질 관련 소송을 인용한 측면이 있어 법리 오해로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마냥 아스콘 공장에 책임을 씌울 수도 없는 일이다. 공장 측은 설립 당시 정당한 허가를 받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후에 주거단지가 생기면서 생긴 문제라 억울하다고 설명했다. 제일산업개발 관계자는 “불법을 저지른 것은 하나도 없는데 지난 2년 동안 생산라인을 멈춘 탓에 실적은 급감하고 구조조정을 할 정도로 바닥이 됐다”면서 “공장 이전 부지를 알아볼 동안만 먹고 살 방도를 알아보려고 하는데 어떤 사업도 유해물질을 배출한다고 하면서 막으니 우리로서도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공장과 주민들이 싸울 문제가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상생과 윈-윈(Win-win) 방법을 찾아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익산 장점마을부터, 안양 연현마을 같은 사례는 무분별한 개발을 허가한 정부와 이후 10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치한 지자체, 관련 법령의 공백을 감안하지 않았던 국회가 모두 공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공장부지 아파트 단지 공영개발 사업은 좀처럼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의 허가에 유효기간을 두고 만료기간 전에 허가를 갱신하도록 하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발의)’는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안양시와 제일산업개발이 소송 중이 서울고등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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