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외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인터넷망 이용대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안)이 발표됐지만, 국내 콘텐츠제공자(CP)에게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제 대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를 규제할 근거가 적은 까닭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는 글로벌 CP도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잠정안을 공개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ISP와 CP의 망 이용 계약 시 지켜야 할 원칙을 14개 조항에 담았다.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대가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ISP와 CP간 체결하는 망 이용계약 불공정행위에 중점을 뒀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CP를 대표하는 인터넷기업협회는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며 국내 CP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환 인기협 정책실장은 "방통위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두고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국내 CP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역차별을 가중시키는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CP가 통신사와 계약을 하면 무조건 비용을 지급해야 하고, 그 비용은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는 통신사업자 중심의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어 통신사의 이익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제11조 1항 CP가 인터넷 트래픽 경로 변경, 트래픽 급증 등으로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ISP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한 조항에 대해서 과도하고 초법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ISP측은 가이드라인을 보강할 필요는 있으나 제정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나아가 관련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가이드라인이 망 이용계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내통신사와 직접 이용계약을 맺지 않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해외 콘텐츠사업자에는 규제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글로벌 CP의 협상력 우위와 지배력 편중으로 이용자 보호, 공정경쟁 문제 등에 있어 시장에서 자율적인 문제 해결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합리적인 규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이 망 이용료 분쟁 해결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공청회 이후 논의 과정을 거쳐 이달내에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1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령을 해석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CP와 관련된 분쟁으로 재정 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해석할 때에도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