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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고객 줄어 점포 없앴는데…부동산마저 안팔려 울상
국민·KEB하나은행 등 유휴부동산 유찰금액만 2124억…자산효율화 난항
입력 : 2019-12-12 오후 5:09:21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잇단 지점 통폐합을 발표하는 가운데 영업점 폐쇄에 따른 유휴 부동산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든 만큼 주변 상권도 축소돼 좋은 매물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KEB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최근 진행한 유휴 부동산의 공매 유찰 금액은 2124억2000만원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 등 합산되지 않은 은행들의 규모를 감안하면 그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10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은행 보유 부동산 및 신탁 부동산 총 2건을 공매한다고 공고했다. (구)서대전지점과 (구)순천지점으로 이들 부동산은 각각 10회째 유찰된 상태다. 두 부동산의 입찰최저금액 합은 총 64억2000만원이다. 
 
온비드에서 유찰되면  은행은 주변 시세를 고려해 입찰가를 낮추거나 수의계약(계약 이행에 자격을 가진 특정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진행한다. 예컨대 (구)서대전지점의 경우 지난해 4월 최초 약 66억원으로 입찰 금액이 제안됐으나 지금은 70%(46억원) 수준으로 값을 떨군 상태다. 대전지역은 둔산신도시, 유성구 등 새로운 상권들이 생기고 있어 원도심의 인기가 점차 줄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옛날 지점, 특히 지방지점들은 주변에 신도시가 많이 생겨 구도심화 등 상권 변화가 크다"면서 "가격도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부동산이 필요하신 분들이 구매하실 수 있도록 시기마다 공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KEB하나은행은 인근거리에 중복된 지점이 많아 타행보다 지점 축소 폭이 크다. 지난 10월 온비드를 통해 진행한 부동산 24건의 공매 중 21건이 유찰됐다. 입찰최저금액만 총 2060억원에 달한다. 입찰이 된 지역도 강남구 논현동, 강서구 화곡동, 서초구 우면동 등 통상적으로 인기가 있는 지역에 한정됐다. 
 
올 들어 은행권은 다시 통폐합을 늘리는 추세다. 올해 점포 감소폭도 지난해 15개 보다 약 2.8배(42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은행의 지점축소 폭이 크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따라 눈치를 살피던 은행들이 올해 8월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로 영업점 폐쇄에 자율성을 얻자 감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업무용 고정자산비율도 줄고 있다.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은행의 토지나 건물 등 단기간에 현금화 할 수 없는 비수익 자산의 비중이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평균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12.98%로 지난해 같은 기간(12.7%) 보다 0.28%포인트 올랐다. 이는 신한은행의 일시적 비율 증가에 따른 것으로, 2년 전인 지난 2017년 2분기(13.78%)와 비교했을 땐 0.80%포인트 감소했다.
 
유휴 부동산이 늘자 은행들은 이를 단순히 매각하기 보다는 고객 서비스로 환원하는 모습도 보인다. 국민은행은 40년간 영업점으로 운영되던 홍대 지점을 문화공간인 '청춘마루'로 새 단장했다. 청춘마루는 각종 콘서트와 문화행사, 홍대를 찾는 사람의 쉼터로 활용된다. 우리은행은 신촌지점에 시니어 플러스센터를만들었다. 고령의 고객들이 여가활동과 자기계발 등 커뮤니티 시설로 쓸 수 있게 장소를 대여한다. KEB하나은행도 광화문역 지점에 서점과 함께한 공간인 '컬쳐뱅크'를 만들어 현재 5곳으로 확대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은행 건물이 과거 건물에 비해서는 용적이 크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70~80년대 건물이다 보니 활용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가격대비 효용도가 떨어지니 수차례 유찰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영업점 폐쇄에 따른 유휴 부동산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일대의 한 점포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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