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성급한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기존 서민 정책 모기지 상품과의 금리 역전 논란을 일으킨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가 후속 대책에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지난 9월 출시 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품 설계·출시 밑그림을 그려놓고 이제와서는 금융위원회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금공과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에서 완전고정금리대출 대상 제외에 따른 추가 이자 부담 경감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고정금리대출은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과 같은 서민형 정책 모기지 상품뿐이라 출시 당시 이들 상품을 이용하는 서민층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석 달째 손을 놓은 상황이다. 보금자리론의 자격 조건은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신혼 8500만원)·주택가격 시가 6억원 이하이나 이보다 금리가 낮은 안심전환대출은 부부합산 소득 8500만원·주택가격 시가 9억원 이하면 신청이 가능했다.
후속 대책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검토하고 있으나 발표 가능한 시기 등 확정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이렇다 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저희 쪽에서도 (금융위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해당 내용은 당국과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안심전환대출은 대출자가 은행에서 빌린 돈을 주금공이 먼저 갚고, 더 낮은 이자로 다시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주금공이 MBS(주택저당증권)를 발행해 해당 재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대출 규모, 대상 등을 설정하면 금융위와 함께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그러나 형평성, 수요 예측 실패 등 논란이 일며 지적들이 이어졌다. 지난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부연구 결과나 시뮬레이션 없이 TF 구성 후 실무자 회의 2번 만에 결정해 한달 후 졸속을 내놓은 것"이라며 이정환 주금공 사장을 질책키도 했다.
금융위는 잇단 지적에 대해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안심전환대출 탈락자들의 보금자리론 대환을 제시했으나 금리 차별, 정책 상품 중복 등 추가 문제만 드러냈다. 예컨대 2013년 1월 기준 연 4%대에서 고정금리를 받은 사람이 올해 9월 기준 연 2.0~2.35% 적용되는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탈 수 있지만, 1.85~2.10%(온라인 기준)이 적용되는 안심전환대출에 비해 0.15%포인트 높은 이자부담을 져야 한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내달부터 0.1%포인트 더 올라, 1월부터는 2.30~2.65% 수준이 된다. 추가 금리부담 경감방안도 언급됐으나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또 신청자(변동금리 대출자)들이 고정금리인 보금자리론으로 대환이 가능했다면 '특판형' 정책모기지 상품인 안심전환대출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안심전환대출은 올해 4년 만에 재출시됐다. 그러나 유사 성격의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지난해엔 7조원대에 그쳤고,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전년동기 판매액에 미치지 못했다. 더군다나 보금자리론은 주금공이 제공하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주금공은 시들해진 기존 공사의 정책 상품을 살릴 수 있었으나 무리하게 특판 상품을 설계해 시장 혼란과 비용을 가증시킨 셈이다.
이런 배경에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 남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이정환 사장이 치적을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장이 지난 2018년 부산 남구에 위치한 주금공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금융권에선 낙하산 인사, 지역구 다지기 수순이라는 비판이 컸다. 이 사장은 안심전환대출 예상치의 3배 신청자가 몰려 업무가 가중됨에도 심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직원들에게 실적에 따른 포상금 지급까지 약속키도 했다.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 영업점에 마련된 '서민형 안심전환 대출' 전담창구에 고객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