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60대 이상 고령층의 금융권 대출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소득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이 은퇴 후 새로운 소득처를 찾아 빚을 늘리면서 고령층 부채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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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은행의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등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 2017년 이후 모든 연령층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60대 이상은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특히 2017년부터 지난해 3분기 말까지 2년9개월간 60대 이상 고령층 대출은 연평균 9.9%를 기록했는데, 다른 연령층과 비교하면 부채 증가 속도가 2~3배가량 빠르다. 이 기간 40대 가계대출 증가율은 3.3%, 50대는 4.4%를 각각 보였다.
2016년 4분기 11.6%에 달했던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는 정부의 대출 규제 후 크게 둔화돼 지난해 3분기에는 3.9%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60대 이상 대출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60대 이상 대출 비중은 2014년 이후 연평균 0.5%포인트씩 올랐는데, 작년 3분기말 현재 고령층 가계부채 비중은 18.1%(60대 13.2%, 70대 이상 4.9%)에 달한다.
고령층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요인으로는 우선 '차주의 고령화'가 지목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60대에 신규 편입되는 차주의 대출 규모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또 노후소득 확보를 위한 차입수요가 증가했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노후준비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영업이나 부동산 임대업 진출을 위한 고령층 대출이 늘었다.
문제는 이들 고령층의 소득이 현저하게 적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 고령층이 원금을 갚으며 부채를 줄일 가능성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고령층의 가계부채 건전성이 우려되는 까닭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고령층은 소득 측면에서의 레버리지가 높고 금융자산에 의한 채무대응능력이 떨어진다"며 "최근에는 건전성 저하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근로자들이 은퇴 이후에도 연금, 사회이전소득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소득을 누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보완장치가 미흡하다"며 "고령 빈곤층을 위한 단계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등 세대들이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자영업 대출·부동산 임대를 염두한 대출이 늘고 있지만 사실 은퇴 시기가 임박해 자금 마련 수단을 찾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면서 "은행이 판매하는 퇴직연금도 결국엔 자기 자산을 쪼개서 지급받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이 있는 시기에 빨리 노후대책을 고민해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