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시중은행의 진출에 막혀 이들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중기 대출 확대 주문에 따라 시중은행이 지역 거점으로도 진출을 늘린 영향이 크다. 중기 대출이 전체 기업 대출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방은행들은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구·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중소기업 원화대출금(84조7000억원)은 전년 대비 4.3%(3조55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중기 대출 증가율은 7.5%로 지방은행 증가율의 1.74배에 달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제주은행의 지난해 3분기 중기대출이 전년 대비 10% 가량 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기간 광주은행의 중기대출 증가율이 8.3%, 대구은행 6.8%, 경남은행 4.9%, 부산·전북은행 각각 2%, 0.4%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방은행은 지역에 대한 자금 중개를 통해 지방 경기 활성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대출에서 중기 대출 비중이 전제 92% 수준에 이를 만큼 이들 영업은 서민 경제와의 밀접성이 강하다. 최근 조선, 해운 등 주요 지방 거점의 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기 대출을 늘리곤 있지만 지역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거점 지역에 자리하고 있지만 거래는 시중은행과 직접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근로자 소비 등과 연계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됐으나 이마저도 줄고 있어 영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시중은행의 중기 대출 증가는 지방은행에 위협이 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올해 1월1일부터 도입된 신예대율(가계대출 가중치 15%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 15% 낮춤)을 맞추기 위해 중기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이에 따라 제주·경남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지방은행은 최근 2년간 각 거점지역에서 0.2~7.7%포인트까지 수신 점유율이 떨어진 상태다. 또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비대면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영역 구분없는 시장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지방은행 자기자본이익율(ROE)은 7% 이하로 떨어지는 등 이미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이익 창출력 지표로 4대 시중은행의 3분기 기준 연환산 ROE 평균은 10.34% 수준이다.
한 은행 대출 창구에서 시민이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