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지난 3일 임명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낙하산 반대' 출근저지에 막혀 16일에도 출근하지 못하고 본점 도착 2분 만에 돌아섰다. 노조원들은 정부가 아닌 윤 행장과는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X'자가 표시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침묵시위에 나섰다.
윤 행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해 출근을 시도했다. 노조원들도 윤 행장 도착 15분 전부터 본점 후문에서 스크럼을 짜고 대기했다. 윤 행장은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노조가 거부하면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윤 행장의 본점 출근이 막힌 것은 지난 3일과 7일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다.
윤 행장은 "많이 안타깝다"면서 "국민, 일반 직원, 중소기업 고객도 그렇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 은행을 위해서도 (노조의 출근 저지가)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추가 대화시도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윤 행장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veto·거부권)' 하는 것"이라며 노조의 '낙하산' 논란을 일축키도 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윤 행장이 해야 할 일은 자진사퇴가 아니다. 본인이 청와대나 여당이 사과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면서 "청와대가 입장을 표명한 상황에서 기업은행으로의 출근 시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기업은행에 대해 직접 언급한 만큼 자신들의 대화 상대가 윤 행장이 아닌 임명권자인 정부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 제청 후 대통령이 임명한다.
16일 기업은행 노조원들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며 'X'자가 표시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침묵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