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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국가미래연구원이 없는 대한민국
입력 : 2020-01-23 오전 6:00:00
대한민국에는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국책연구원이나 부처 산하 연구원이 즐비하게 있다. 과학기술분야와 경제·인문·사회 분야, 국방·안보·통일 분야 등에서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개별 부문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큰 그림의 미래 전략이나 미래 정책을 도맡아 연구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곳은 단 하나도 없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물론 국회에는 미래연구원이 최근 세워져 활동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회의장이던 때인 2017년 12월 국회미래연구원 설립 관련 법이 제정돼 2018년 5월 출범했다. 이제 1년 반 남짓 됐다. 연구원 수가 30명이 채 되지 않는 매우 작은 규모다. 따라서 일천한 역사를 지닌 이 연구기관을 평가하기에는 적절치 못하다. 국가의 미래 발전 전략을 충실히 만들어내기에는 연구원의 양과 질 면에서 한참 모자란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미래’란 이름이 들어간 많은 연구기관들이 있다. 기업과 민간단체, 대학 등에는 일찍부터 미래전략을 연구하는 대학원, 연구기관 등이 오래 전부터 나름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2013년 세워진 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이다. 국내 최초의 미래학 연구·교육기관이다. 이 대학원에는 국가미래전략고위과정도 있다. 매년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미래전략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민간미래연구기관들은 대부분 부문별로 미래 내지는 미래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미래 전략을 나무가 아닌 숲 차원에서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미래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황무지나 다를 바 없다.
 
미래의 산업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미래의 에너지, 미래의 주택과 교통수단의 변혁은 어떻게 이루어질지, 미래를 좌우할 과학기술은 무엇인지, 세계 강대국의 패권 경쟁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미래의 인구와 식량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기후위기 등 지구환경은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남북문제와 동아시아 정치경제 지형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등등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할 미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과거·현재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미래예측과 원하는 미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세워 실천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미래 연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미래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사기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미래연구기관 설립을 목 놓아 부르대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미래를 맞이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미전 2045’ 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래비전 작업을 할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가칭)미래전략연구원을 세워 일상적이고도 항구적으로 미래전략을 연구하고 그 실행을 점검하는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는 필자를 비롯해 당시 미래비전 작업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견해를 같이 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국가미래비전연구원을 만들거나 적어도 설립 방침을 정하고 관련 법과 예산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안종주 단국대 초빙교수·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조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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