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
총선이 다가오면서 국토교통부가 여기저기에서 추진하는 공항 건설이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까이는 제주 제2공항이, 조금 멀리는 새만금공항이, 그리고 아주 멀리는 흑산공항이 기지개를 펼 것이다. 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유력 정치인들이 총선 마당에 대거 진출하면서 과거의 공약을 재확인하거나 새로운 공약을 내걸 것이기 때문이다. 표심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공항 건설 반대보다 찬성을 택할 것이다. 건설 당국이나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립공원위원회의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치적 전환국면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흑산공항 건설안에 대한 국립공원위원회를 돌연 무기연기한다는 뜻을 환경부가 공원위원들에게 통지한 시기는 공방전이 한참 뜨겁던 지난 2018년 10월2일이다. 이러한 처사는 '정당한 법의 절차'를 위배할 소지가 있었다. 항간에는 건설에 반대하는 공원위원들이 교체되기를 기다려 총선에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찬성파들은 반대 위원들의 임기도 알아 연임 고사도 개별적으로 권했다. 오비이락일까. 그 사이 찬성파의 바람대로 반대성향 위원들이 일부 물러났고 또 물러날 예정이다. 위원 개인들에게는 건설에 반대한다고 훈장을 탈 일도 없고 욕만 먹을 것이므로 퇴진이 새옹지마가 될 수도 있다.
공항은 경우에 따라 경제발전의 동력이 될 수도 있는데 왜 찬반의견이 대립하는 것일까? 새만금 매립에서도 경험하였듯이 과학적인 비용편익(BC) 분석과 안전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적용되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환경성 항목이 빠져버렸을 뿐만 아니라 비용편익 분석과정에서도 환경보전 이익과 환경파괴 비용이 매몰된 결과, 새만금은 갯벌에서 매립지로, 또 비행장으로 용도가 바뀌는 운명을 겪고 있다. 흑산공항의 경우에는 경제성과 환경성은 차치하고, 국립공원 안에 1200m의 활주로가 계획되었기 때문에 계기비행이 불가하고 40년 전에 사라진 시계비행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작금 단식농성 등으로 갈수록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도 이번 총선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대두될 것이다. 제주 제2공항 후보지는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주국립공원으로 확장하는 길목에 놓여 있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도민과 해당지역 주민의 참여 없이 건설안이 결정됐다는 절차적 문제와 입지선정 타당성을 둘러싸고 4년 이상 논란이 지속됐다. "현재의 제주공항을 확장해 장기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보고서가 4년 동안 은폐되어 있다가 2019년 5월에야 공개되면서 논란이 가속화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은 성산 후보지가 환경적으로 타당성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건설 당국이 최적지로 꼽았던 성산 후보지는 오름, 동굴, 숨골, 철새도래지 등이 밀집된 곳으로 환경적으로나 항공안전 면에서도 부적합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 건설 찬성파는 기존 공항 확장이 불가하다고 보고 새로운 공항 건설이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고, 제주시에 집중된 개발을 주변으로 분산시켜 지역내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반대파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사례에서 보듯이, 제2공항이 제주 환경의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과잉관광과 초과개발을 유발하고 쓰레기, 오폐수, 교통체증 및 경관 등을 악화시켜 제주의 가치와 매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제주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견은 오차범위 내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 제2공항 건설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29.8%로 가장 높았고,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의견이 23.6%,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2.8%로 나타났다. 제주의소리, 제주신보, 제주MBC, 제주CBS가 2020년 설날을 맞아 실시한 설 민심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도민들은 '반대한다' 48.5%, '찬성한다' 47.3%로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름·무응답'은 4.2%였다. 2019년 조사 때보다 반대 민심이 약간 높아진 셈이다.
어느 공항이든 건설 찬성파는 반대파가 환경성을 내세워 경제성을 무시한다고 토로한다. 반대파는 환경성을 넘어 UN이 표방한 지속가능발전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건설의 척도로 삼는다. '그레타 효과(Greta Effect)'라는 신조어를 낳은 그레타 툰베리 양은 비행기를 타기 싫어 요트로 바다를 횡단하지만, 지속가능 발전론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다'는 막다른 개발 대신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개발이 무엇이냐'를 두고 고심한다. UN생물다양성협약(CBD)은 진영 간 충돌과 파국을 막기 위해 2013년에 생태자연자본계정을 개발해 환경 편익과 비용을 국가예산회계 체계에 편입시킬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수용하면, 예비타당성조사의 독주와 국립공원의 위기가 줄어들 것이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