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진과 호우경보 등 재난방송을 미실시한 방송사업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태료 3000만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단순한 실수에 대해 과태료를 경감해줄 경우 재난방송 경각심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방통위는 미세먼지나 신종플루 바이러스 등 사회재난에도 방송사업자들이 능동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방통위는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1~2분기 재난방송을 누락한 부산영어방송, 제주MBC, MBN 등 3개 방송사업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 안건을 의결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방송사에 대해 재난방송을 요청할 수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분기에 호우경보 27건, 건조경보 18건, 지진 7건, 강풍경보 6건, 대설경보 4건, 풍랑경보 1건 등의 재난방송을 지상파·종편PP·보도PP 등 68개 방송사업자에 요청했다. 이 가운데 부산영어방송과 제주MBC, MBN 등 3개 방송사업자가 각 1건씩 재난방송을 미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1~2분기 재난방송을 누락한 부산영어방송, 제주MBC, MBN 등 3개 방송사업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부산영어방송은 지난해 1월9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재난방송을 미실시 했다. 부산영어방송은 방송권역내 재난의 경우에만 방송을 해도 된다는 방통위의 안내 상황에 따라 지진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실시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방통위는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진의 특성상 해당권역의 재난으로만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며 과태료를 부과했다. 다만 음성합성시스템(TTS)을 갖춰 재난방송을 자동 송출하는 구조를 갖췄고, 첫 위반사례인 만큼 과태료를 50% 감경, 750만원을 부과했다.
MBN은 지난해 6월6일 장흥·강진·해남·완도·영암·신안군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됐을 당시, 재난명과 재난지역, 재난발생시간을 누락한 채 자막방송을 내보냈다. 재난방송온라인시스템으로 수신한 내용을 복사해 자막송출 시스템에 붙여 놓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단순 조작 실수로 누락된 까닭이다. 방통위는 핵심정보를 누락해 방송한 것은 재난방송으로 인정하기 어렵지만, 송출담당과 기술담당이 크로스 체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실수가 반복되지 않았던 점을 반영해 50% 경감한 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제주MBC는 지난해 2월10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4.0의 지진에 대한 재난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 재난방송 송출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재난 통보문을 2시간 이후에 확인했고, 지진발생 후 1~2시간 이후 재난방송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생각돼 미실시했다고 회사측은 의견을 냈다. 하지만 방통위는 유일하게 과태료 경감 없이 제주 MBC에 대해 과태료 1500만원 처분을 내렸다.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휴일 오후에 벌어진 재난상황에 대해 뒤늦게 확인한 처사도 이해하기 힘들 뿐더러 뒤늦게라도 방송을 했어야 했다"며 "이 경우는 단순실수라도 감경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표철수 방통위원도 "재난방송 미실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적 책무인 재난방송에 대해 차후 엄격히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허욱 방통위원은 "재난방송은 공적 책무로, 업무담당자의 판단착오나 단순 실수가 나오면 안 된다"면서 "차후 방송사업자들은 미세먼지나 신종플루 바이러스 등 사회재난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