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우리·하나금융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내린 CEO 중징계(문책경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민심 악화를 우려해 금융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바라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은행에 대한 기관 징계도 함께 결정했으나, 인수합병(M&A)과 같은 핵심사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조만간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소송까지 해서 연임 또는 차기 회장에 도전할지, 아니면 사임을 결정할지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석헌 금감원장이 이들에 대한 징계안을 신속히 결재하는 등 금융당국도 금융사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고려해 안건처리 절차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에 대한 방향이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어 지금 이렇다 할 말을 전달하기엔 조심스럽다"면서 "7일 예정된 정기이사회에서 이사들이 모이면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아직 감독원에서 결정문 통보도 안 온 상태에서 거취 방향을 정한다는 것이 이르지 않냐"면서 "함 부회장의 임기도 올해 말까지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기관 임원은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고, 이후 3년간 선임자격이 제한된다. 이와 별개로 통상 금융권 CEO들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게 되면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징계 결정 전후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주전산기 교체 내분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고 2014년 사퇴했으며,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은 같은 해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문책경고를 받고 사퇴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제재 처분에 반기를 들 수 있지만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담이 상당하다. 특히 정부·여당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껏 민감해진 상태다. 지난달 금융위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처음으로 은행 본점 차원의 책임을 물어 80%에 달하는 역대 최고 배상 비율을 결정하기도 했다. 투자상품이라는 성격보다 '소비자 보호'라는 논리가 앞섰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혁신적 포용국가와 같은 맥락이다. 라임사태 등 잇따라 사모펀드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민심잡기'를 위해서라도 은행에 대한 강한 처분이 불가피하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금감원 징계를 수용하게 되면 두 금융사 지배구조는 시계제로 상황에 빠진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었으나 제재 수용 시 차기 회장직 수행이 불가능해진다. 우리금융은 손 회장 중징계 가능성에 따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선도 계속해 미뤄온 상태다.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인 회장이 공석에 놓이게 되면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우리카드, 우리종금, 우리FIS, 우리금융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등 계열사 사장단 인사 향방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꼽힌 함 부회장이 빠지게 될 하나금융도 위기감이 크다. 함 부회장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후 초기 행장을 맡아 두 조직을 통합에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뒤를 이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금감원은 두 은행에 '업무의 일부정지 6개월',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금융위에 건의키로 했다. 금융기관이 일부 영업정지 징계를 받으면 새로이 증권이나 보험, 여전사 등의 최대주주를 3년간 할 수 없다. 특히 우리금융은 조만간 본입찰이 예정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진행하더라도 지주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면서 "제재는 은행에 내려지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손태승(왼쪽)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