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창궐은 인류 역사에서 종종 전쟁의 승패를 좌우했다. 무기나 군대가 아니라 신종감염병이 서양의 신대륙 점령에 일등 공신 노릇을 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총, 균, 쇠>에서 병원균, 즉 감염병이 문명을 바꾸고 분명의 불평등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중세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목숨을 앗아가면서 봉건체제 자체를 무너뜨렸다.
감염병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국가의 안보까지 흔든다. 이는 이제 상식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염병은 국가 또는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2002~2003 세계를 긴장시켰던 중국 발 사스, 즉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남긴 경제적 손실은 정말 컸다. 2019년 12월부터 중국 우한에서 유행을 시작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면서 벌써부터 그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사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비용이 2003년 사스 사태보다 4배 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 창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에 이런 전망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경제학 교수는 신종코로나가 가져올 경제적 피해가 최대 1600억 달러(19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사스 발병 당시 피해액 400억 달러의 4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중국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2003년에 비해 4배 켜졌다. 특히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주요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우한을 비롯해 주요 도시의 봉쇄와 통행제한 조치 등은 중국인의 소비 둔화로 이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교역을 하고 있는 한국, 일본, 미국 등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관광산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중국은 당연하고 중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입을 경제적 피해도 엄청날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창궐로 외국 관광객 2백만 명 감소와 관광수입 3조원 손실을 경험한 것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신종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발생보다 경제 손실을 더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신종코로나에 걸려온 사람과 국내에서 2차·3차 감염이 이루어져 확진환자가 된 사람 가운데 사망자가 나오기는커녕 중증환자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조기 발견한 탓도 있지만 우리의 의료수준이 상당하기 때문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이 신종감염병은 인류가 처음 경험하고 중국에서 엄청난 환자와 사망자가 생기고 있어 우리 시민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사망자가 국내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 또는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낮거나 나오더라도 그 수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면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투 트랙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편으로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방역 대책으로 환자 발생수를 줄이고 접촉자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해 지역사회 유행을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일반 시민들이 불필요하게 과도한 공포심을 가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정상적인 일상 활동과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정책을 펴야 한다.
안종주 단국대 초빙교수·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