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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일본 조선·해운, '메가 컨선' 경쟁 뛰어들까
일본 대형선사 '원'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발주 가능성
입력 : 2020-02-20 오전 5:51:1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20피트 컨테이너 2만3000개를 실을 수 있는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서는 가운데 일본 대형 해운사 ‘원(ONE·Ocean Network Express)’이 경쟁에 뛰어들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메가컨테이너선 건조는 한국과 중국 조선사가 양분해왔지만, 원이 관례처럼 자국 조선사에 발주를 하게 되면 일감 부족으로 위기에 내몰린 일본 조선업에도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컨설팅업체 ‘알파라이너(Alphaliner)’는 최근 주간 보고서에서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 중국 코스코(COSCO), 일본 원이 다음 메가컨테이너선(Megamax-24) 발주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길이 400m, 폭 61m가 넘는 2만3000~2만4000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선사는 4곳이다. 현대상선이 12척, 대만 에버그린(Evergreen) 10척, 프랑스 CMA CGM 9척, 스위스 MSC가 16척을 각 발주했다. 이중 MSC는 11척을 이미 인도 받았고, 현대상선은 오는 4월 인도받을 예정이다. 업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Maersk)는 아직 자제하는 분위기다. 
 
보고서는 특히 원의 진출은 일본 조선소의 첫 2만4000TEU 급 메가컨선 건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과 일본 해운사는 주로 자국 조선소에 발주를 해온 관례상 원이 발주를 한다면 최근 사정이 어려워진 자국 조선사에 일감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메가컨선 건조는 중국 선박공업(CSSC·중국선박공업그룹 CSG 전신)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3파전이었다. CSSC가 CMA CGM로부터 9척과 에버그린의 4척 등 총 13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이 MSC의 6척, 에버그린 6척, 현대상선 5척 등 17척, 대우조선해양이 MSC 10척과 현대상선 7척 등 17척을 각 수주했다. 이에 하팍과 코스코도 발주를 한다면 3사 중 한 곳에 맡길 것으로 예측돼왔다. 
 
표 제작/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다만 현재 해운업이 코로나19의 타격을 받고 있고 그 영향이 언제까지, 얼마나 미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대형선 발주에 나서긴 어려울 수 있다. 원은 최근 상하이와 징강행 화주들에게 혼잡할증료를 컨테이너 당 1000달러씩 부과키로 했을 만큼 코로나19 영향을 분명히 받고 있다. 또 일본 조선업이 최근 영업이익 하락과 기술력 한계로 상선과 LNG선 시장을 포기하는 등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던 터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해운동맹의 핵심 멤버가 하팍로이드와 원인데, 두 회사가 가진 메가컨테이너선이 2M(MSC·Maersk 주축 동맹)에 비해 작다. 현대상선이 얼라이언스에 합류할 수 있었던 배경도 사실 메가컨테이너선 확보 가능성에 있었다”면서 “그래도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좀 더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하팍로이드는 이미 발표했고, 원도 추가 발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원의 발주가 일본 조선사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양 연구원은 “일본 조선업계 1위인 이마바리 조선소도 초대형 드라이 도크(육상 선박 건조대)를 완공하고 2만2000TEU급까진 수주하는 등 2만3000TEU까진 아니라도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실적이 꽤 있다”며 “일본 정부정책 등 지원이 뒷받침되면 전체가 이마바리로 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일본과 중국 조선업의 위기를 재차 지적해 온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은 세계 탑(top)급 대형 선사로, 일본 조선소에 발주해서 인도가 안 되는 걸 모를 리 없다”면서 “수주와 건조는 별개다. CSSC가 CMA CGM에서 수주한 메가컨테이너선도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결국은 한국 조선으로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 연구원은 “지금 일본 조선쪽에 설계인력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설계도면은 실증이 된 한국에서 사다 건조만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략적으로 일부 물량이 한국으로 올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도 일본과 중국이 한국에 2척 정도를 발주해 유지도면과 승인도면 등을 선주가 확보한 후 자국 조선사에서 건조하는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컨테이너선 대형화는 10년 전부터 지속됐다. 해운업은 특성상 선박의 크기와 상관없이 선원이 23명 정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그간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을 늘리는 건 선사에 이익이 돼왔다. 대형 선사들이 최근 위기를 겪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컨테이너선 대형화 추세 속 선복량 증가량이 물동량 증가량보다 더 커진 데 있다고 분석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해운업계의 대형선 발주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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