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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더불어민주당은 임미리에 답하라
입력 : 2020-02-20 오전 6:00:00
임채원 경희대 교수
임미리 담론이 철학과 가치논쟁에 불을 지르고 있다. 임미리 교수의 문제제기 이전에 2020년 총선은 야당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과 여당 승리만을 위한 공천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임미리 담론은 한국 정치에 경종을 울리면서 비로소 정당의 정체성과 가치 문제에 불씨를 지폈다. 이제 민주당이 임미리 교수의 문제제기에 답해야 할 때다.
 
임 교수 칼럼의 선거법 위반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촛불혁명의 정신은 다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어떤 가치와 지향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29일 시작해서 2017년 4월29일까지 이어진 촛불집회에서 1700만 촛불시민들은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었다. 촛불시민들은 그해 5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고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다시 2020년 총선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도 이미 절반을 지났다. 임미리 담론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어떤 촛불정신의 가치와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묻고 있다. 촛불혁명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조종을 고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세계사적으로 1980년대 이래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출발한 신자유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음으로써 스스로 고삐 풀린 탐욕의 자본주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알렸다. 그에 대한 반성은 서구 자본주의 전반에서 나타났다.
 
2008년 유엔총회에서 의장이었던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성장 만능주의에 반성을 촉구했고, 다음해 스티글리츠 보고서에서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정책담론이 생겨났다. 경제성장도 주주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포용성장이 대안적 성장론으로 제기되었다.
 
한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명박과 박근혜의 보수정부 10년 동안 여전히 신자유주의 성장담론이 지배적 위치를 유지했다. 이명박의 747 공약은 전형적인 성장주의 담론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검찰과 국정원을 위시한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복고적인 발전국가의 국정운영이 재현되고 있었다. 촛불혁명은 세계사적 흐름인 신자유주의의 퇴출이 10여년 지연되고 있던 한국에서 제도권이 아닌 광장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린 사건이다.
 
민주당에 던지는 질문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 집권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신자유주의 이후 어떤 가치와 대안을 내놓았는가' 하는 점이다. 임 교수의 지적대로 민주당은 '죽쒀서 개 주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임 교수의 오류는 제도권 정치를 빼고 광장정치에 우선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촛불혁명은 제도권 정치와 광장정치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시민적 공화주의'의 작동이었다. 이제 제도권 정치의 중심에 있는 민주당이 임 교수가 던진 질문에 촛불 이후 미래정치에 대한 시대적 화답을 해야 한다.
 
'민주당 빼고'가 아니라 '민주당 말고' 제도권에서 어느 정당이 촛불 이후 시대적 담론을 내놓았는가? 민주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가 내놓은 '더 나은 삶(better life)'와 포용적 성장을 넘어서 국가론 수준에서 포용국가론을 제기했다. 이는 신자유주의 이후 국가비전과 정책으로는 OECD에서 가장 선도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OECD가 포용적 성장의 모범 실천사례로 한국의 포용국가론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정당에서는 신자유주의 이후, 혹은 촛불혁명 이후 국가의 미래담론을 제시한 곳이 없다. 보수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민주당 말고 촛불 이후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 곳은 없다.
 
적어도 민주당은 한국에서 촛불혁명이 신자유주의 이후에 대한 시대적 화두를 던졌고, 2019년 홍콩 민주화는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 홍콩에 진정한 시민의 탄생을 알렸다. 대만에서는 2018년 10개 국민 아젠다에 대해 직접 민주주의가 실시됐고, 올해 1월 민진당이 압도적인 총선 승리로 피플 파워를 보여줬다. 
 
민주당은 촛불 이후 시대사적 관점에서, 그리고 아시아 민주주의의 시각에서 임미리 담론에 답해야 할 때다. 총선이 이해관계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촛불의 가치와 정책이 무엇인지 묻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임미리의 촛불정신에 대한 문제제기를 민주당은 감사할 일이다. 이제 민주당이 답해야 할 때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가치 논쟁으로 끌고 가길 희망한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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