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오픈뱅킹(하나의 은행 앱으로 다른 은행 계좌의 이체·조회 업무가 가능한 서비스)이 시범 운영기한 포함 도입 100일을 넘기면서 은행들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자산관리 범위를 타행까지 확대하고, 타행에서 실행한 대출도 더 좋은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마음잡기에 나서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9일 '자산관리 컨시어지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타행 수신 상품을 포함해 금융자산이 3억원 이상인 개인 및 법인 고객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자산관리 컨시어지뱅킹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담 팀이 고객의 성향과 시장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담당 직원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방문해 금융 솔루션을 제안한다. 세무, 부동산 등에 대한 컨설팅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함께 방문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을 시장 상황에 맞춰 종합적으로 컨설팅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자산관리 컨시어지뱅킹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는 타행의 신용대출을 간편하게 하나은행으로 대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서류 없이 스마트폰 내 애플리케이션 로그인만 하면 한도조회와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영업점 방문도 원하는 영업점을 원하는 시간대에 한 번만 방문하면 된다. 서비스는 출시 1개월 만에 조회 고객이 4000명을 돌파했고 약정 금액도 5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오픈뱅킹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은행들은 '집토끼' 지키기 전략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타행 계좌 잔액 스크래핑 서비스, 오픈뱅킹 이용횟수에 따른 추가금리 제공 등의 서비스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도입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열린 결제망을 활용한 적극적인 고객뺏기 서비스가 시도되는 양상이다. 특히 오픈뱅킹으로 '주거래 은행'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은행이 아닌 앱 플랫폼으로의 고객 유입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핀테크와 같은 금융 플랫폼들의 약진이 점쳐지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만 알고 있던 대출이나, 고액 자산가의 예금이 타행에 노출된다면 어떻게 자산 이동을 막을 것인가 하는 고민은 이미 오픈뱅킹 도입 때부터 언급됐다"면서 "제도와 시스템이 안정될수록 은행들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의 은행 ATM 부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