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4대 은행이 올해 1분기에만 77개 영업 지점의 문을 닫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 저금리 지속 등 역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이달 31일까지 예고한 영업점 통·폐합 건수는 77개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019년 1분기) 영업점을 통·폐합 수 대비 4.5배 급증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이 37개 영업점의 통·폐합을 결정해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 24개, 우리은행 12개, 신한은행 4개 등으로 뒤를 이었다. 영업망 필요에 따라 우리은행은 용인세브란스병원(출)을 신설하고 이날부터 영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은행들은 경영 효율성을 위해 수년 전부터 영업점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으나 지난해 말부터는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예상하고 적극적인 '비용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의 핵심수익과 직결되는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2018년 4분기 1.67%에서 지난해 4분기 1.46%(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평균)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로 낮아지고 가계대출 등 규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익 마련을 위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은 이날 하나은행을 끝으로 일제히 수신금리 인하를 마쳤다. 하나은행은 3월2일자로 적립식 11종 등 22종 예금에 대해 0.25~0.30%포인트 수준 인하를 단행했다. 작년 7월 이후 수신금리 조정을 망설여왔지만 더 이상 인하를 미루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1월2일부터 지난달까지 주요 수신 상품의 금리를 잇달아 하향 조정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은행들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전기 대비 마이너스 0.3%)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프라인 영업점 축소에 따른 대책 마련도 확대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은행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STM)는 지난해 12월말 233대로 1년 전(2018년 12월말) 133대의 두 배가량 늘었다. STM은 무인자동화기기(ATM)보다 예·적금이나 펀드와 같은 주요 상품에 가입이나 카드를 발급 등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이 많다. 지난해 은행들이 마련한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에 따르면 문을 닫는 영업점 대신 그 지역에 ATM 등 적합한 대체수단을 운영해야 한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은행의 무인자동화기기(ATM)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