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지난해 기업대출을 크게 늘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왔던 대구은행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고민이 커졌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업 등에 대출 성장이 치우친 데다 부동산업 대출도 많아 부실이 우려된다. 지점 244개 중 92%(대구 158개·경북67개)가 대구·경북에 밀집해 있어 코로나19가 올해 대구은행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대구은행의 지난해 기업대출이 27조1337억원으로 전년(24조7276억원)대비 9.7% 늘었다고 밝혔다. 5개 주요 지방은행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로, 광주은행이 지난해 기업대출을 9.6% 확대했으며 경남은행(4.5%), 부산은행(3.3%), 전북은행(1.6%)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은행의 기업대출 증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금중개 수행 능력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8년 상·하반기를 비롯해 잇따라 관계형금융 취급실적에서 중·소형은행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관계형금융은 은행이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장기적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금융이다. 지원 실적은 지난해 5월말 기준 중소법인 업무협약업체 1527건, 대출취급액 9162억원이다.
건전성도 개선했다. 회수가능성이 낮아진 채권 비율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은 지난해 0.73%로 전년동기 대비 0.17%포인트 낮췄다. 대손충당금적립률도 180.2%로 전년대비 29.3%포인트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전년대비 1000억원 수준 줄였지만 지난해 적극적인 부실자산 매각으로 건전성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미 집행된 대출이 음식·숙박업이나 부동산업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코로나19에 따른 수익성·건전성 고민을 동시에 떠안을 양상이다. 이들 업종들이 소비심리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은 6조3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이 기간 음식·숙박업 대출 잔액은 1조9535억원으로 31% 증가했다.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음식·숙박업과 부동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지난해 전체 기업대출에서 두 업종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30.6%로 전년(27.3%)대비 2.7%포인트 올랐다.
지역 부동산의 경우 최근 거래가 줄어들며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8일 이후 아파트가 거래된 건수는 167건에 불과하다. 통상 일주일간 거래건수가 420건을 넘어 섰던 것과 비교하면 매매거래가 60% 이상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