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앞으로 대포통장(개설자과 실제 사용자가 다른 계좌) 주인으로 확인되는 예금주는 최대 5년간 은행 계좌 개설이 막힌다.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은행들이 통장 판매 등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은행 간 정보공유도 3년으로 확대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대포통장 예금주의 금융거래 제한 기간을 3년 또는 5년까지 확대하는 제도를 적용했거나 시행을 알렸다. 금융거래 제한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계좌 개설과 비대면 거래를 막는 것이다.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취급 심사에도 대포통장 예금주였다는 사실을 참고 자료로 사용한다. 국민은행(2013년 11월 시행)을 제외한 이들 은행은 그간 대포통장 예금주의 당행 계좌개설 제한·정보공유 기간을 1년으로 정해왔다. 부정행위가 발각되더라도 1년만 은행 거래를 제한하는 데 제재가 그쳤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타행과 당행 구분 없이 대포통장으로 예금주로 확인된 명의자에 대해 5년간의 금융거래 제한을 적용했다. 지난해 말 당행 적용한 5년의 거래 제재를 타행까지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7일부터 타행 거래제한 3년, 당행 거래제한 5년으로 기간을 늘렸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3년으로 제재 기간을 정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1월부터 대포통장 예금주로 확인된 명의자에 대해 제재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내달 1일부터 적용한다.
다만 금융거래가 제한되더라도 예금주가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거래에는 제한이 없다. 대포통장이 출금 용도로 범죄에 악용되는 만큼 이를 목적으로 한 계좌 개설 및 이용을 막겠다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원 단위의 소액 출금도 은행 지점을 찾아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은행의 출금 절차상 예금주 동의 없이는 타인의 계좌 사용이 어렵다"면서 "비대면 거래에 대해서 전면적인 거래 제한을 두는 것도 공인인증서와 같은 본인 확인 절차를 대포통장 사용을 위해 적극 제공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지난 2018년 12월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대포통장 명의인 정보의 금융권내 정보 공유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강화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불이익을 걱정한 예금주가 자신의 통장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을 방지를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을 확대한다. 먼저 상반기 중 '보이스피싱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주요 내용에는 주의의무 수준 등에 따라 은행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피해액을 분담하는 안이 포함됐다. 보이스피싱 처벌 수위도 주가조작 범죄 수준으로 격상할 방침이다.
대포통장(개설자과 실제 사용자가 다른 계좌) 주인으로 확인되는 예금주는 최대 5년간 은행 계좌 개설이 막힌다. 지난해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방지 앱 시연 및 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 전달 행사'에서 보이스피싱 방지 앱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