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은 국제금융기구(IMF)위기 이후 역대 4번째로 큰 규모다. 이는 코로나 19가 메르스때보다 전파속도가 빠르고, 우리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재정보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신속히 이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억원 경제정책국장, 구윤철 2차관, 홍남기 부총리, 안일환 예산실장, 임재현 세제실장. 사진/기획재정부
4일 정부는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번 추경은 총 11조7000억원으로 세입경정 3조2000억원과 세출추경 8조5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추경 규모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추경규모 11조6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세출추경으로만 볼 때 이번 규모가 더 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예산안은 초유의 감염병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축된 민생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시급성, 집행가능성, 한시성이라는 3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사업들을 중심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출 기준 8조5000억원은 오롯이 코로나 19 피해극복에만 쓰인다. 방역체계 고도화, 피해업종 지원, 민생과 고용안정, 지역경제 회복지원 등에 8조5000억원을 반영한 것이다. 먼저 감역병 검역·진단·치료 등 방역을 강화하고, 방역체계를 보강하는데 2조3000억원을 집중 지원키로 했다. 감염병 관련 의료 인프라를 한층 더 보강하는 데 중점 지원하고,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보전이나, 환자 등의 생계안정에 쓰인다.
코로나 사태로 경영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조속한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2조4000억원이 책정됐다. 소상공인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자금조달, 인건비, 임대료 부담을 덜도록 초저금리 대출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생산차질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경기위축에 따른 자금경색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을 투입한다.
서민과 취약계층에도 3조원의 추경이 포함됐다. 서민들의 생계안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 촉진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특히 4개월간 지역사랑상품, 특별돌봄쿠폰 등을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위축된 소비심리가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도록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환급제도를 재시행 한다.
위축된 지역경제를 회복하는 데는 8000억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지역상권의 활력을 되살리는데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규모를 2배로 늘리고, 특별고용 지원사업도 실시한다. 특히 확진자의 약 89%가 대구·경북인 점을 감안해 대구·경북지역에 대해 지원예산을 별도로 배정키로 했다.
이번 추경예산안의 소요재원은 작년에 쓰고 남은 결산잉여금(7000억원), 기금 여유자금(7000억원)등을 우선 활용하고, 부족한 10조3000억원은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한다. 이에 대표적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1%로 IMF이후 최대 수준으로 악화된다.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으로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1.2%로 40%를 넘어선다.
한편 이번 추경예산안은 역대 4번째로 큰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28조4000억원, 2013년 17조4000억원, IMF인 1998년 2차 추경에 13조90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아울러 이번 추경안으로 정부와 공공부문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기보강 패키지의 규모는 모두 31조6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 중 재정지원 규모는 15조8000억원 가량으로 사태 전개에 따라 추가대책을 더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