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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배상거부·DLF소송…체면 구긴 금감원
'감독책임론' 감사원 감사까지 받을 처지…금융개혁 제동 불가피
입력 : 2020-03-10 오후 2:59:52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들과 잇달아 각을 세우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외환파생상품(KIKO) 배상 권고안을 거부하는 은행이 늘어나고 있고,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징계를 받은 은행 경영진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금감원의 판단에 반기를 든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사원마저 감독 부실 책임을 따지기 위해 금감원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서면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추진해온 금융개혁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이 금감원의 키코 배상 권고안을 잇달아 거부하면서 금감원은 금융개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은 키코 관련 배상 권고안을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2년 일성하이스코에 대한 회생절차 과정에서 미수채권을 감면한 바 있어 배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도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법리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대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도 금감원의 배상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윤 원장이 취임 때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던 키코 재조사가 흔들리기 시작한 셈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DLF 중징계에 불복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도 금감원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손 회장은 금감원의 중징계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감원이 적용한 지배구조법에는 경영진 제재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지배구조법상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잘못 운영한 것에 대해서는 경영진 제재가 불명확하다.
 
최근에는 감사원이 금감원의 DLF감독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에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DLF사태의 근본 원인은 금감원의 부실한 감독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은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금감원에 대한 제보를 요청 중이다. DLF 감독부실뿐 아니라, 은행 경영진에 대한 징계권 남용도 감사 대상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같은 취지로 금감원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취임 때부터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고, 키코 문제를 원점에서 재조사하는 등 대대적인 금융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이러한 역풍이 지속된다면 윤 원장이 그간 내걸었던 금융소비자 보호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감독의 권위가 떨어진 상태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키코 배상안은 은행이 모두 불수용한 게 아니라 더 지켜봐야 한다"며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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