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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산은·수은, 이스타항공 인수자금 공동 지원
제주항공에 신디케이트론 제공키로…과포화 LCC 업계 개선 기대
입력 : 2020-03-09 오후 3:04:1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자금을 본격 지원하기 위해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한다. 제주항공의 신용도가 우수한 데다 포화 상태인 국내 LCC 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작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최홍 기자)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산은·수은이 신디케이트론으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이는 정부가 산은을 통해 LCC에 3000억원을 지원하는 것과 별개로 진행되는 건"이라고 말했다. 신디케이트론이란 여러 금융기관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융자해주는 집단 대출이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서 정부는 산은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LCC 업계에 총 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산은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인수자금 지원 요청이 있으면 내부절차에 따라 지원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대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산은·수은은 우선 애경그룹이 자회사인 제주항공에 인수 자금을 얼마나 지원하는지를 파악한 뒤 지원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인수자금이 54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원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애경그룹의 지원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산은·수은의 지원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제주항공과 산은·수은이 협의를 통해 금액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디케이트론은 특성상  5~10년 중장기 저리·무담보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주요 자산은 항공기밖에 없는데 대부분 리스 방식으로 설정돼 담보로 취급하기 어렵다"며 "결국 무담보로 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적 재난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자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산은·수은은 기업채무를 떠맡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오히려 가지고 있는 채무기업들을 매각하는 데 주력해왔다.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에 혈세를 붓는다는 지적을 지속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은은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을 속도감 있게 매각했고, 수은 역시 성동조선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두 국책은행이 제주항공에 인수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사태에 힘을 보탠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과포화된 국내 LCC의 수를 줄여 항공업계의 경쟁성을 살린다는 복안이 담겼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어떤식으로든 국내 LCC 입수합병(M&A)을 통해 숫자를 줄여야 한다"며 "그런 방법 중 하나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이다. 전체가 어려워지기 전에 상황을 개선시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외에 제주항공이 산은·수은의 주요 거래기업이라는 점, 제주항공이 타 LCC보다 신용도가 좋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8년 제주항공은 산은으로부터 155억원 장기차입금을 받은 기록이 있다. 같은해 제주항공은 수은으로부터 832억원 항공기(2대) 구매 대금을 통화스왑 대출로 받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그나마 (타 기업보다) 유동성 사정이 낫다"며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이스타항공을 확보하면 훗날 시장지배력을 누릴 수 있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제주항공사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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