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행병을 뜻하는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ation)'와 ‘유행병(epidemic)'을 조합하여 만든 조어이다.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2003년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사스, 즉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유행할 당시 잘못된 정보가 마구 유통되는 것을 보고 이를 지적하려 이런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감염병이 유행하면 전통 미디어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 등 다양한 경로를 포함한 현대 정보기술에 의해 관련 정보가 제대로 여과되지 않고 신속하게 전파되면서 사실과 다르게 증폭되거나 불균형하게 전달되어 국제경제, 정치,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감염병 자체보다도 더 큰 비용을 낭비하게 했고 수백만 명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 공중보건 위기를 통제하거나 억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행병과 늘 붙어 다니는 인포데믹이 질병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과 그로 인한 최근의 공포와 혼란상을 생각해보면 인포데믹이 사스 때보다 몇십 배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신도들에게 방역 소독을 한답시고 입안에 소금물을 뿌린 것이 외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와 언론은 이를 대표적 인포데믹 사례로 꼽았다. 소금물이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는 가짜 정보에 휘둘린 목사가 아내로 하여금 분무기를 사용해 참석한 신도들에게 차례로 입안에 소금물을 뿌리게 한 것이다. 인포데믹이 교회를 바이러스 슈퍼전파 장소로 만든 셈이다.
이 사례를 디지털 격차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최근 다중이 모이는 예배 등을 자제하고 대신 인터넷 예배를 해주도록 줄곧 부탁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에 익숙지 않아 관련 장비를 다루기 어려운 일부 소규모 교회에서는 인터넷 예배를 할 수 없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최근 들어 각종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고 그 폐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사람 가운데는 재미 삼아 하는 경우도 있을 터이고 사회 불만이나 상대 정치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비타민C를 매일 다량으로 섭취하면 면역력이 증강돼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전문가의 조언처럼 만들어 퍼트린다면 이는 관련 회사 등 특정 이익 집단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짜뉴스뿐만 아니라 엉터리 방역을 정부와 지자체, 정치인들이 줄기차게 벌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건물 외벽이나 길거리에 군대, 지자체 등이 마구 소독약을 뿌려대는 것이 대표적이다. 총선 후보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운동이 여의치 않자 너도나도 분무기를 매고 거리 곳곳에 뿌려대고 그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에 담아 유권자들에게 알린다.
정부도 눈에 보이는 방역활동이랍시고 이런 이벤트를 계속 펼친다. 3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전·현직 질병관리본부장과 감염병·예방의학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효과가 전혀 없는 세금 낭비 행위라고 비판한다.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어찌 보면 정부 스스로 인포데믹을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방역의 적인 인포데믹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정부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 첫걸음은 야외 방역이 잘못됐음을 확실하게 시인하고 사과하며 바로잡는 것이다.
안종주 단국대 초빙교수·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