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기업의 체감경기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에 가장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동차와 여행 등에서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4월 전망치가 59.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52) 이후 최저치다.
종합경기 BSI 추이.자료/한경연
부문별로는 내수(64.3), 수출(69.3), 투자(74.8), 자금(77.0), 고용(79.0), 채산성(68.8) 등 재고(95.5)를 제외한 전 부문이 기준선을 밑돌았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 응답을 한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낮으면 반대 의미다. 다만 재고는 100이 넘으면 재고 과잉으로 부정적 의미가 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44.2), 출판·기록물(46.2), 여행·오락서비스(50.0), 의류·신발 제조(50.0), 도·소매(52.2), 육상·항공 등 운송업(52.4) 순으로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이동제약으로 인한 소비위축과 전 세계 국가들의 조업 차질로 인한 공급 충격이 겹치면서 기업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4월 전망치의 하락폭은 25.1포인트로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28포인트) 다음으로 컸다.
한경연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는 5개월에 걸쳐 46.3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불과 두달만에 32.7포인트가 떨어지는 등 하강 속도가 빨라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더 클 것"이라며 "이번 위기는 전염병이란 비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해 종식 시점이 불확실해 체감경기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거 외환위기는 외화 유동성 부족에 따른 국내 경제 체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위기 전이가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국내 위기와 세계 위기가 결합한 복합 위기란 것이다.
3월 실적치는 65.5로 133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전 최저치는 2009년 2월 62.4다. 부문별로는 내수(71.5), 수출(76.5), 투자(77.3), 자금(81.0), 재고(96.5), 고용(81.3), 채산성(76.0) 등 전 부문이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피해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