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농협은행이 지난해 실적의 절반이 넘는 80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작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농협은행은 명칭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 1조원 이상의 돈을 농협중앙회에 보낸 셈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전날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8000억원의 배당금을 농협금융지주에 전달했다. 전년 6000억원 대비 33.3% 늘렸다. 시가배당률은 37%로 정해 전년(27.75%) 보다 9.25%포인트 인상했다.
범농협 계열사들의 배당금은 각각 금융·경제지주로 합쳐져 중앙회로 올라가는 구조다. 중앙회는 이를 전국 단위농협으로 다시 배당해 농촌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올해 농협은행은 명칭사용료 명목으로도 2997억원을 중앙회에 지불했다. 배당액을 포함해 총 1조997억원이 전달됐다.
농협은행의 배당규모 증가는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협은행 순이익(명칭사용료 부담 후)은 1조5171억원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2년 연속 '1조 클럽' 달성이란 성과도 냈다. 배당성향도 52.7%로 지난해(49%) 보다 3.7%포인트 늘렸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급한 배당금은 7038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 이어 두 해 연속 배당금을 크게 확대했다.
배당금 증가는 지난 2012년 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신경분리)에 따른 차입금 부담 증가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이자 부담하는 차입금 규모는 11조9000억원으로 2012년 1조3000억원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취임 당시 "농협금융은 농업·농촌을 지원하는 범농협 수익센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역할론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인수합병(M&A) 과제를 내세운 농협금융 입장에선 배당금 확대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부터는 저금리·저성장 등 은행 수익성 하락을 예상하는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부담도 커졌다. 증권시장안정펀드 출자, 2023년 바젤Ⅲ 대비 등의 이유로 자기자본 비율 관리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01%로 7개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 다음으로 높다.
농협은행이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8000억원을 배당금으로 결정했다. 배당금은 농협금융지주가 지분 전체를 보유한 농협중앙회로 전달한다. 사진/농협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