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우리나라 부자들은 41세에 지금의 부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단으로는 사업소득, 상속 증여 순으로 꼽아 자수성가를 통해 부를 쌓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일 우리나라 부자들의 자산관리 형태를 분석한 '2020년 부자보고서(2020 Korean Wealth Report)'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하나은행 PB손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평균 68세인 설문 대상 부자들은 41.3세에 시드머니(종자돈)를 확보했다. 수단은 사업소득이 32.3%로 가장 많고 상속·증여(25.4%), 근로소득(18.7%), 부동산투자(18.2%) 등으로 뒤를 이었다. 전 연령대 가운데 50대만이 상속 및 증여(34.2%)가 시드머니 확보의 주요 수단이라고 응답했다.
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부자가 된 41세 이후에도 자산을 축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사업소득(31.5%)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동산투자(25.3%), 상속 및 증여(18.9%), 근로소득(15.1%), 금융자산투자(9.0%) 등 순이다. 1~3순위를 포함한 복수응답의 경우 자산 증식 수단으로 부동산투자가 68.3%로 가장 높고 이어 사업소득 (59.3%), 금융자산투자(58.3%) 등이다.
자산이 많을수록 노후준비보다 상속이나 증여에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00억원 미만 부자들은 노후준비 비중이 50%를 넘었으나, 100억원 이상의 부자들은 43%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증여 자산의 유형(중복응답)은 현금 및 예금(62.5%)이 가장 많다. 주거용부동산(35.9%), 상업용부동산(33%) 등이 뒤를 이었는데, 이를 합해 부동산으로 분류할 경우 68.9%로 현금 및 예금보다 높다.
부자들의 77.7%가 자녀들에게 증여했거나 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으나, 손주는 7.4%에 불과했다.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결혼적령기인 20~30대가 45.9%로 가장 많고 40대 28.0%, 50대 이상 17.5%, 20대 미만 8.5% 순이다.
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최근 수년 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부자들의 보유 자산 중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고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가 대폭 강화하면서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50.9%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감소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013년부터 부동산 자산 비중이 증가한 이후 6년만에 감소한 것"이라면서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와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 절세를 위한 증여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보유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상업용부동산이 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거주목적주택, 투자목적주택, 토지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젊은 부자일수록 투자목적주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고연령 부자일수록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높다.
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년 간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상품은 지수연계상품(ELS, ELT, ELF)이다. 그러나 지난해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고위험 금융상품과 관련해 대규모 손실 우려가 부각되는 등 금융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는 분석이다. 반면 지수연계상품은 금융상품 투자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상품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가 은행 정기예금으로 응답률이 10.6%인데 비해 지수연계상품은 52.1%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수연계상품을 대체할 만한 상품을 찾기가 어려워 부자들의 지수연계상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할 것"이라면서 "최근의 지수연계상품에 대한 선호도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