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수익률이 엇갈렸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주요 금융지주 CEO 및 은행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허인 국민은행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국내외 기업설명회(IR)도 막힌 금융권 CEO들은 자사주 매입으로나마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내는 상황이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CEO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 6일 자사주 5668주를 주당 2만2550원인 1억2781만원에 사들였다. 하나금융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1400원으로 뛰어 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올 들어 두 번째로 지난 2월5일 자사주 2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매수 시기가 달랐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수익률이 -1.8%에 그쳤다. 함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자사주 5000주를 주당 2만4400원에 매입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은 두 자릿수 손실률을 기록했다. 손 회장은 지난 3월6일 5000주를 주당 9550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주가가 7600원 선을 맴돌면서 수익률은 -24.7%에 그쳤다. 허 행장도 지난달 31일 6000주를 사들였으나 당일 종가대비 1200원 높게 사들인 탓에 수익률은 -10.0%를 기록했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지난달 6일, 19일, 26일 3회에 걸쳐 자사주 4만8400주를 사들였다. 수익률은 -3.0%이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1만5000주를 매입, -10.5% 수익률을 기록했다.
CEO들은 자사주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했을 때 주가 상승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실물 경기침체 우려로 업권에선 이에 후행하는 은행업에 대한 전망이 실제보다 과도하게 떨어졌다고 진단 중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은행업 수익성이 우려보단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를 무시할 순 없지만 정부 지원으로 원화대출이 절대량이 늘고, 2008년과 비교했을때 부실에 대한 은행의 체력 역시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금융지주 CEO들의 노력도 당분간은 잦아들 모양새다. 이달 초 금융당국은 은행에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등과 같은 주가 부양책을 자제토록 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건전성감독청(PRA)의 사례와 같이 은행이 금융위기를 대비해 충분한 손실 흡수력과 원활한 자금 공급여력을 유지하라는 의미에서다. 자사주 매입과 별개로 10년째 중간배당을 실시해오던 하나금융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1807.14)보다 29.07포인트(1.61%) 오른 1836.21에 장을 마감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