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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추락하는 항공사, 정부 지원만이 답일까
입력 : 2020-04-20 오전 6:01:16
온라인상에서 흔히 쓰는 용어 중 '이때싶'이라는 말이 있다. '이때다 싶어'를 줄인 말로, 문자 그대로 이때다 싶어 잇속을 챙기거나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행태를 비유할 때 쓰인다.
 
코로나19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 활동이 타격을 입으면서 산업계가 곡소리를 내고 있다. 너도 나도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비용을 줄이고, 정부 지원을 외치는 가운데 이런 '이때싶'이 발동한 곳도 눈에 띈다. 
 
구조조정이나 자금 수혈이 필요했던 기업이나 업체들에 코로나19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는 모양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두산이다. 두산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했다며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최근 1조원을 긴급 수혈받기로 했다. 하지만 두산이 1조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한 건 작년 하반기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지며 코로나19가 '명분'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기업 체질이 애초에 부실했기 때문에 타격이 다른 기업보다 컸고,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손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에서도 정부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항공사들의 경영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 세계가 빗장을 걸며 국제선의 90%가량을 멈췄고 국내선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정부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다. 이를테면 코로나19로 할 일이 없어진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도록 고용지원금을 주는 것, 각종 공항사용료를 면제해주는 것 등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융 지원은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항공사들의 경영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인지, 기초 체력이 애초에 튼튼하지 않아서 피해가 커지는 것인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항공사 중에서도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제주항공은 정부가 저비용항공사(LCC)들에 주는 지원금 3000억원에, 이스타항공 인수 지원금 최대 2000억원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제주항공은 다른 항공사들이 무급휴직 신청자를 받을 때도 임금의 70%를 보장하는 유급휴직을 시행했다. 인수 자금 지원의 경우 '항공시장 재편'이라는 정부의 계산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체력이 튼튼한 덕에 얻은 결과였다.
 
이처럼 버티기가 가능한 곳도 있는 가운데 기다렸단 듯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곳도 있다. 심지어 비상경영 상황에도 항공사 오너였던 이들 중 일부는 수백억원의 퇴직금을 챙기기도 했다. 막대한 퇴직금을 챙긴 이들이 기초 체력만 잘 닦았다면, 이 정도의 혈세 투입은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안타까우면서도 정부가 자구책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산업부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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