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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반복되는 실수는 실력이다
입력 : 2020-05-21 오전 6:03:03
큰 사고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한 결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경우가 더 많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는 부실 공사와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균열을 무시한 결과였다. 세월호는 승객을 더 집어넣기 위해 무리한 증축을 했고, 사고 당일 화물적재량도 기준보다 2배 이상 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 대산공장에서 최근 폭발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앞서 이달 초 LG화학 인도 공장에서도 유해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현지인 12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달 새 LG화학 공장에서 두 번의 사고가 났고, 이로 인해 1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화학공장 사고 중 역사상 최악으로 기억되는 사례는 '인도 보팔 참사'다. 1984년 인도 보팔에 있었던 미국 유니온카바이드 인도 현지법인 공장에서는 유독가스가 누출됐고 이로 인해 당시에만 4000명 가까이 사망했다. 후유증으로 나중에 죽은 이들까지 더하면 2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모든 참사가 그렇듯 보팔 공장의 경우에도 사고의 징조는 있었다. 이전부터 안전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고농축 농약 보관을 위해 저온탱크가 필요했지만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냉각장치는 꺼뒀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안전 요원도 해고한 상태였다. 일부 직원들이 위험을 경고했지만 회사는 이마저도 무시했다. 작은 안전불감증이 모여 최악의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물론 LG화학 사고와 보팔 공장 사례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피해 규모도 다를뿐더러 대산공장 사고의 경우 유해 물질 누출도 없었기 때문이다. 드물긴 하지만 개인의 조작 실수로 화학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없진 않기 때문에 원인 발표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비록 실수였더라도 반복됐다면 이는 실력이 된다. 장비가 노후했거나, 안전 교육이 느슨했거나, 제때 점검을 안 했거나, 어디선가 안전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학사가 안전에 대한 실력이 약해진다는 건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나아가 오랜 기간 쌓은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치명적이다. 대산공장 사고 다음날 구광모 LG 대표는 현장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안전은 사업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김지영 산업1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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